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April, 2021
전하고 싶은 편지
글.김지훈
책방마니아. 독립출판 컬렉션을 수집하고 정리하여 소개한다.
2019년 어느 독립서점 한 곳에서 작가와 독자가 편지를 주고받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다. 독자가 보낸 한 통의 편지에 다섯 명의 작가가 서로 다른 시선과 생각을 담아 답장을 보내준 것인데, 그 편지를 책으로 만든 독립출판물을 소개하고자 한다.
처음 이 프로그램이 공개된 것은 2019년 7월, SNS를 통해서였다. 어떤 고민이든, 어떤 이야기든 편지를 써서 보내주면 다수의 작가들이 저마다 공감할 만한 글들을 엮어 답장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몇 명이 편지를 보내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SNS 상의 분위기를 볼 때 꽤 반응이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2020년 6월경, 열두 명의 독자가 각각 다섯 명의 작가와 주고받은 편지 내용을 담은 책이 나왔다. 올해 초에는 『오늘 나에게 다섯 통의 편지가 왔다_가을겨울 편』이라는 또 다른 편지 책도 발행되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편지를 공개적으로 쓰고, 누군가에게 진심을 담아 답장한다는 것 모두 책임감과 용기를 요하는 일이다. 코로나19를 맞닥뜨리면서 때아닌 깊은 고립을 경험하고 있는 작금의 시대적 상황에서, 일면식도 없는 사이에 오간 농도 짙은 대화는 진정한 소통의 소중함을 역설하는 듯하다. 각종 온라인 채널을 통해 수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매일 타인의 생활과 이야기를 들여다보며, 또 나의 이야기를 짤막하게 전하는 세상이다. 그렇게 우리는 끊임없이 누군가와 소통하고 있다고 여기지만, 오히려 한편으로는 진정한 만남으로부터 멀어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 같은 오늘을 사는 여느 평범한 사람의 입장에서, 서로의 삶을 다정하게 들여다보는 이 편지들은 그 어떤 재화보다 귀하고 값지게 기억될 것이다.
다섯 번째, Y의 편지
안녕하세요? 작가님들의 편지를 받아볼 수 있다고 하여 이렇게 사연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제 사연은 ‘화병’입니다. 저는 화가 많은 사람이고, 스스로가 화가 많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온 사람입니다.
Y에게 보내는 답장, 하나 – 채은
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그땐 정말 화를 낼 만한 상황이었을 거예요.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그건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 기제였으니, 스스로 ‘그래, 화낼 만한 상황이었지’ 하고 긍정해주세요.
Y에게 보내는 답장, 둘 – 이도형
사람은 누구나 화가 생길 수 있고,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요한 점은 ‘화’를 푸는 ‘방향’일 겁니다. ‘화’가 내면으로 향하게해서 스스로를 압박하기보다 어떤 ‘분출’을 통해서 외부로 뿜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Y에게 보내는 답장, 셋 – 주예슬
사람은 잘 안 변한다잖아요, 그중 하나로 기질은 안 변한다고하죠. 그런데 성격은 때마다 변하고 있는 거 알고 계신가요? 변하지 않는 기질 가지고 씨름하는 시간보다 상황과 사람마다 변하는 성격을 이용해 보는 건 어때요?
Y에게 보내는 답장, 넷 – 김혜진
‘화났어? 미안해’란 사과를 남에게는 해도, 제 자신에게 ‘화났니? 미안해’라는 사과를 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제 자신에게도 사과를 제가 하면, 제 화도 조금은 수그러질 것 같아요. ‘이런…이런 것에 화났구나. 근데 화를 잘 못 냈구나. 미안해’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