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언뜻 보면 행복한’ 가족 이야기,
작가 에쿠니 가오리
에디터: 유대란, 사진 제공: 에쿠니 가오리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은 3대에 걸친 약 100년 동안의 가족 이야기를 들려준다. 러시아인 할머니에 이모와 외삼촌까지 한집에 사는 대가족, 아이 넷 가운데 둘은 아버지 혹은 어머니가 다르다. 여느 평범한 가족과는 다른 이 가족들은 서로 자연스럽게 포옹을 나눌 정도로 행복해 보이지만, 가족 한 사람마다 얽힌 사연은 기구하고 특이하다. 작가는 독특한 가족들의 사연을 퍼즐 같은 구성으로 풀어냈다. 소설은 1982년 가을에서 1968년 늦봄으로, 1995년 봄에서 2000년 겨울로, 시간과 계절, 그리고 시점을 넘나드는 구성으로 야나기시마 일가의 사연을 조밀하고 짜임새 있게 그리고 있다. 5백 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작가의 장기인 섬세한 감정선과 감각적 문체에 빠져들면 어느새 그 끝에 와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 끝에서 평범한 것 같지만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특별한 내 가족, 또 누구나의 가족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신파와 서사 사이에는 바늘구멍보다 작은 차이가 존재할 뿐이다.
4년 내내 연재하면서 집필했습니다. 저는 글을 쓰는 데 시간이 걸려서, 미리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그런 식으로 씁니다.
‘나이도 성별도 성격도 다르다’는 건 어느 가족에나 해당하는 것이라, 전혀 특별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번 소설은, 집과 시간을 주인공으로 해서 쓰고 싶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그렇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쓰는 데 어려운 점은 항상 있습니다. 그런 문제를 하나하나 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것이 소설을 쓸 때 필요한 성실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소설의 경우에는 아들 고이치의 아내가 되는 료코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것이 조금 힘들었습니다. 료코는 야나기시마 가족에게는 ‘이분자’ 같은 존재이며 일종의 ‘파괴자’로서 변화를 가져오는 인물이기 때문에, 그 가족을 좋아했던 저로서는 가급적 등장시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러므로 소설에서 중요한 등장인물이었고, 불가결한 존재였습니다.
그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습니다. 각자가 일인칭으로 이야기해서, 독자가 더욱 깊게 그 인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의 체험을 시점과 시간을 뛰어넘어 자유롭게 그리면서, 그때그때 보이는 것을 보고 싶었고,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가족이라 해도 사람은 결국은 모두 혼자잖아요. 예를 들어, 학교라든지 가족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보내는 아이들의 시간을 어른들은 알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어른들이 살아온 시간을 아이들은 모릅니다. 아주 가까이에 있는 한가족임에도 서로 평생 알지 못하는 시간이 존재하는 것이지요. 그 점이 재미있게 다가왔고 그 느낌을 살리기 위해 이렇듯 패치워크 형식으로 써내려가게 되었습니다.
19세기 중반 이후부터 20세기 초까지 이어진 메이지 시대의 일본에는 그와 같은 외국적 취향이 분명 있었습니다. 그건 현재와 같은 균일화된 생활방식이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는 현대보다도 훨씬 본격적으로 유럽으로부터 받은 영향이고 사상이었습니다. 집 하나만 보더라도, 당시는 외국인 건축가에게 설계를 의뢰한 서양식 저택이 일본의 여기저기에 세워졌습니다. 그 시기의 유럽적인 사상이나 영향은 아쉽게도 지금은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그것을 대대로 간직해오고 있는 집안들이 얼마 전까지는 실제로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시대는 변하기 마련이고 그것의 종언을 그려내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