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eg’s cho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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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2017
리스본을 여행하는 특별한 안내서
Editor. 김선주
연휴가 조금이라도 길 때면 자꾸만 어딘가로 멀리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하나둘 떠올려보는 여행지들은 이내 머릿속에서 뒤죽박죽 섞이고, 하지 않아도 될 쓸데없는 고민에 시간만 보내다 결국 방구석에서 후회하는 일이 데자뷔처럼 반복된다. 이렇게 된 바에야 기분이나 내자며 꺼내 드는 책으로는 역시 여행서가 딱이다.
포르투갈 출신의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는 리스본에서 태어났지만 다른 곳에서 유년기를 보내다 돌아온다. 리스본은 그에게 그리웠던 고향이면서 동시에 낯선 도시였다. 그는 자신이 모르는 진짜 리스본의 모습을 찾기 위해, 그리고 사람들에게 이 낯설지만 매력적인 도시를 알리기 위해 리스본 곳곳의 이야기를 모았다. 만약 표지와 제목만 보고 낭만적인 여행기를 기대했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이 책은 정말 건조하기 이를 데 없는 ‘가이드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조한 정보의 나열 속에서도 이 도시에 대한 페소아의 짙은 애정은 숨겨지지 않는다. 자신조차 낯선 고향을 어떻게든 잘 보여주려 리스본 한복판에서 고민하는 모습이 절로 떠오르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가로 11cm, 세로 20.5cm의 이 책은 미니백에 넣기에는 다소 길쭉하지만 여행 가이드북처럼 한 손에 들고 보기에 좋다.
하루 안에 모두 돌아야 하는 빠듯한 일정의 원서와 달리 이 책은 리스본을 구역별로 나눠 구역마다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게 했다. 거의 100년 가까이 지났지만 페소아가 다녀온 곳이 지금도 거의 그대로 남아있다고 하니 혹시 리스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책을 가이드 삼아 돌아보는 건 어떨까. 이제는 페소아의 리스본이 아닌 자신만의 리스본을 만나러 가볼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