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July, 2021

공감하는 이들과 공유하다

글.전지윤

박학다식을 추구했지만 잡학다식이 되어가는 중. 도서관의 장서를 다 읽고 싶다는 투지에 불탔던 어린이. 아직도 다 읽으려면 갈 길이 멀다.

『문화콘텐츠와 경험의 교환』
김정우 지음
커뮤니케이션북스

과거에는 음악, 영화와 방송을 만드는 제작자와 이를 소비하는 향유자가 뚜렷이 구분되어 있었다면, 이제는 그렇지 않다. 어떠한 종류의 콘텐츠라도 누구나 만들어 송출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고, 꼭 유명인에 관한 것이 아니더라도 선호에 따라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트렌드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어린 아이들마저 간혹 “이거 유튜브에 올리면 사람들이 엄청나게 웃을 걸” 이라는 말을 하기도 하니, 바야흐로 누구나 콘텐츠 크리에이터이자 소비자인 시대다.
『문화콘텐츠와 경험의 교환』의 저자 김정우는 모든 문화콘텐츠는 선택을 받아야만 만들어진 본래의 목적을 수행할 수 있지만, 누구에게도 이 콘텐츠를 선택해 즐겨야 하는 의무는 없다고 말한다. 소비자이자 향유자인 개개인은 철저히 개인적인 기준에 의해 콘텐츠를 선택하고 선별적으로 재미를 누리는데, 이때 ‘재미’라는 요소는 향유자의 몰입도에 달려있다. “향유자는 몰입을 통해 문화콘텐츠에서 감정적 경험을 획득”하는데, 여기에는 이를 즐기는 사람의 과거 경험과 현재의 필요 등이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결국 행복감을 얻는 것으로 마무리된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문화콘텐츠는 본질적으로 경험의 교환을 일으키는 특성을 갖는다. 장르 불문하고 향유자가 콘텐츠 소비에서 재미와 행복감을 얻으려면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의 교환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경험을 통해 “문화콘텐츠가 소통되고, 경험의 교환을 통해 문화콘텐츠가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여기서 가장 주목할 만한 개념은 ‘Sharerience’이다. 공유를 의미하는 ‘share’와 경험을 의미하는 ‘experience’의 합성어로, 콘텐츠 생산자와 그의 결과물에 부여하는 신뢰를 바탕으로 하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소비자가 직접 네트워크를 만들고 그 내부에서 정보가 공유됨을 뜻한다. 향유자 간에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자와 일반적인 향유자가 있고, 주로 이 적극적인 향유자에게서 정보가 전송되면 비슷한 참여도의 향유자 사이에서 확산되는 형식이다. 이때 향유자들은 공유되는 정보가 모두 참일 것이라는 암묵적 신뢰를 갖는다.
최근에야 방탄소년단을 알게 된 우리 아이는 음악만 듣는게 아니라, 그들과 관련된 제작 콘텐츠 영상까지 찾아보며 깔깔거리곤 한다. 아이가 뭘 보고 듣는지 알아야 하는 엄마로서 개인방송부터 예능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함께 보다가, 한두 해 사이 급격히 변한 콘텐츠 소비 방식을 실감했다. 방탄소년단은 다양한 경로로 팬들과 접촉하고 있었는데, 재미있는 점은 팬덤 내에서도 그들만의 콘텐츠가 계속해서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었다. 이 같은 적극적인 공유와 공감이 아티스트와 팬의 친밀도를 더욱 높여주는 요인은 아니었을까 생각을 해보며, 이 아줌마는 왠지 빵에 버터를 가득 발라 먹고 싶어진다. 사르르 녹는 그 시간, Smooth like bu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