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il of Tales 동화 꼬리잡기

펼쳐서 세상 속으로

에디터 전지윤
자료제공 Lunchbox

“언니, 나도 죽으면 어떡하지?”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다며 지도를 살펴보던 아이가 이내 알쏭달쏭한 표정을 짓는다. 지도를 바닥에 펼쳐두고 그 위에 쏙 올라서 보기도 한다. 이번에는 지구본 차례다. 지구본
을 휙휙 돌리며 대한민국을 열심히 찾아보지만, 단번에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쌩쌩 돌아가는 지구본을 멈추고 먼저 아시아 대륙부터 찾아보라고 했다. 아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 있는 작은 나라로 눈과 손이 향하더니, 아이는 작은 점으로만 보이던 섬이 독도와 울릉도라는 것을 알아낸다. 이어 제주도까지 발견하고, 대한민국과 익숙한 주변 나라들까지 눈에 들어오니 한껏신이 난 모습이다.
“정말 많은 나라가 있구나! 지구 위에 있는 모든 나라를 다가볼 수 있나?”
비행기나 기차를 오래 타야 할 때도 있고, 큰 배낭을 메고 한참 걸어야 할 수도 있다고 답했는데도 너무 가보고 싶다며 두 손을 모아 가슴에 바짝 댄다. 그러게, 우리는 언제쯤 다시 자유롭게 여러 나라를 다닐 수 있을까?
궁금하니 떠나볼까
“이 지도는 책에서 따라간 여행 경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시작해 봅니다. 멋지고 웅장한 빌딩과 유적지를 보고, 문화를 배우고, 다양한 삶을 엿볼 수 있어요. 그다음에는 자연 경관이 펼쳐지는 면으로 가봅니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폭포와 정글, 산맥을 통해 자연의 위대함을 느껴보세요. 지구가 우리에게 주는 모든 것들이 얼마나 귀하고 중요한 선물인지를 알 수 있을 거예요. 이집트의 피라미드에서 시작해 봅시다.”
『손으로 펼치면 눈앞에 펼쳐지는 세상』은 제목 그대로 ‘펼치는’ 책이다. 아코디언처럼 접힌 두툼한 페이지를 끝까지 펴보면 2.5m에 이르는 긴 그림이 만리장성처럼 이어진다. 병풍을 세운 듯이, 요새를 지은 것마냥 그 안으로 쏙 들어가 읽고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쪽 면에서는 이집트에서 시작해 50개 도시와 국가를 여행할 수 있고, 반대쪽 면에는 산맥과 강, 화산과 바다 등 궁금하니 떠나볼까 감격스러운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49개 장소들을 모아두었다.
요즘 같은 시기에 이런 책이라니, 아이들이 방 안에서 바깥 세상을 둘러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처음 보는 광경에 감탄사를 연발하는 것도 잠시, 책은 “정말 신비롭고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라는 인사말과 함께 여행의 끝을 알린다. 그러나 실망하기엔 이르다. 독자들의 아쉬움을 예측한 듯한 작가가 곧이어 또 가보고 싶은 곳이 있는지, 이제 어디로 가면 좋을지 활기차게 묻기 때문이다. 마치 배낭을 메고 다시 길을 떠날 채비를 마친 채 활짝 웃으며 우리 앞에 서 있는 것만 같다. 여권을 챙기고 꼭 비행기를 타야만 여행이랴. 손으로 펼치면 눈앞에 나타나는 넓은 세상 속으로 어서 떠나보자.
뻔하지 않은 지구 곳곳
서아프리카 국가 말리의 시장 풍경을 둘러보니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구경에 비하면 시시한 것 같으면서도 확실히 이색적이다. 말리의 도시 젠네에는 “진흙 벽돌로 지은 세계 최대의 건축물 중 하나”라는 이슬람 사원 ‘젠네 모스크’가 있다. 터키의 성소피아 사원도 같은 ‘모스크’인데 어쩜 저렇게 다르게 생겼을까. 미사일이나 로켓이 위로 솟은 것 같은 모양의 지붕에 돌출 장식이 더해진 건축물이 무척 특이하다. 에티오피아에 가니 주현절을 기념하며 다 같이 ‘팀카트 축제’를 즐기고 있다. 에티오피아에 동방 정교회 축일이 있다는 것을 엄마도 처음 알았다고 하니 아이는 왠지 더 신이 나 한다. 에티오피아의 도시 곤다르에는 16세기와 17세기 사이, 황제를 위해 지은 요새 ‘파실 게비’가 있다. 에티오피아의 황제는 왜 저런 요새를 지었을까, 전쟁이라도 일어났던 걸까, 아이의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홍해를 지나 요르단에 도착해 사막에 있는 고대 도시 유적인 ‘페트라’에 방문한다. 페트라는 거대한 암벽 내부를 파내어 만들었다는데 어떤 기술을 사용했으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동원되었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경외감을 마음에 품고 이번엔 이란으로 향한다. 약 5천 년 전에 지어진 청동기 시대의 유적 ‘샤르이 쇼흐타’에 도착했지만 큰 건축물도 없고 구불구불한 흔적만 있다. 이곳은 세 번이나 불에 탄 바람에 사람들이 모두 떠나버렸고, 이후 ‘불타버린 도시’라고 불린다. 우리가 미처 잘 알지 못한 나라들을 가 보고 인류의 유산을 여행하도록 하는 이 책은 장황하거나 지루한 설명은 생략했다. 그런데 오히려 호기심은 자꾸만 커진다. 세계 지리, 문화와 역사에 관한 다른 책들까지 찾아보고 싶어지니, 이만한 독서 동기부여가 또 있을까.
“지구 반대편에는 어떤 세상이 있는지 궁금한 적이 있나요?”라는 첫 질문과 함께 책 속 여행이 시작된다. 웬만한 여행사에서 내놓은 여행상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방문하는 도시가 다양하고 관련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다. 여러 나라를 소개하는 책들은 대개 세계지도를 보여주면서 7개 대륙과 주제에 따른 테마를 정해 소개하는 방식을 따르지만, 이 책은 익히 잘 알려진 관광지만 다루지 않는다. 문화·역사적으로 가치가 큰데도 불구하고 물리적으로 가 보기 어려운 곳이나, 정치적인 상황 등으로 인해 방문할 수 없는 장소를 소개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 이 책은 우리에게 흥미롭고 중요한 이야깃거리를 남기는 곳들을 함께 둘러보자고 제안한다. 돌고 도는 둥근 지구 위에 우리가 호기심을 가질 만한 멋진 장소들이 잔뜩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데에 이 책의 가장 큰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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