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ic : 이달의 화제

커피, 인류를 사로잡다

에디터 : 박중현 김지영

무엇을 끼고 사는지가 삶을 대변할 때가 있다. 게다가 그 ‘무엇’이 삶을 변화하는 단계까지 나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는 무수한 개인의 내밀한 단면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인류 단위를 관통하는 역사적 흐름 안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커피는 단언컨대 이 ‘무엇’에 가장 잘 부합하는 물질 중 하나다. 오늘날 사교와 여유를 위해, 집중력을 높이고 피로에 맞서기 위해 현대인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커피. 그러나 천 년의 역사를 지닌다고 일컬어지는 커피가 인간 삶에 깊숙이 자리한 것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인류는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커피라는 음료에 사로잡혀왔을까?

인류는 커피와 함께 시작했다?
지난 『책Chaeg』 38호에서 ‘여행’을 주제로 인류가 세계로 퍼지게 된 여정을 이야기하며 인류의 발상지로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를 거론한 바 있는데, 공교롭게도 커피나무의 역사적 산지 역시 같다. 여기서 신학자 및 커피 학자들은 한 가지 재미난 가설을 주장하곤 한다. 그것은 바로 에덴동산에서 이브가 뱀의 유혹에 빠져 따먹은 ‘선악과’가 사과가 아닌 커피 체리였을 가능성에 관해서다. 에덴동산에는 ‘기혼’ ‘비혼’ ‘힛데겔(티그리스)’ ‘유브라데’라는 4개의 강이 흐른다고 묘사된다. 유브라데강은 현재 이라크의 유프라 테스강으로 추정되며, 기혼강은 ‘구스온’ 땅에 두루 흐르고 있었는데 ‘구스’가 바로 아프리카 남부 에티오피아의 옛 이름이다. 이로 미루어 에덴동산이 하나의 작은 동산을 의미하지 않고 메소포타미아에서부터 아프리카 남부를 포함하는 광대한 지역이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앞서 얘기했듯 커피나무의 고향이 에티오피아이며 에티오피아는 에덴의 강이 흐르던 곳이므로, 커피나무의 고향 역시 에덴동산으로 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커피는 역사의 편
커피가 음료로서 탄생해 인류 곁에 자리하기 시작한 것은 약 1,000년 전의 일로, 역사를 살펴보면 묘하게도 세계적으로 패권을 거머쥐었던 국가들이 커피 문화의 발달에서도 선행해왔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아프리카 및 예멘에서 처음 커피의 존재를 적극 수용했던 이슬람의 오스만 제국이 그랬고, 이후 이를 (비공식적으로) 전파받은 영국,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 그리고 미국까지 마찬가지였다. 커피는 근현대의 계몽된 문명과 속속들이 밀착된 음료였다. 사람들이 모여 커피를 즐기던 곳에서 끊임없이 혁신적인 사고방식이 태어나 교육과 토론이 꽃을 피웠다. 커피는 고도의 정치적 물질이었다. 커피가 있는 곳에는 언제나 논란이 뒤따랐다. 커피의 영향으로 중요한 혁명이나 내전, 봉기가 발생하기도 했으며, 계급제도에 대한 저항이 나타나는가 하면 노예제도나 착취를 조장하기도 했다. 역사적으로도 성직자, 왕, 정치인들이 중요 사건의 배후로 언제나 커피를 지목하는 일은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며 벌어진 일
커피를 받아들이기 이전 인류 삶의 모습은 어땠을까? 지금으로부터 약 500년 전, 이슬람 문화권을 거쳐 커피가 들어오기까지 유럽사회를 사로잡고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포도주와 맥주였다. 고대 문화의 성격을 ‘와인’으로 규정하고 현대의 사고와 감정을 ‘커피’로 규정하는 학자도 있을 정도인데, 커피가 문화적으로 전파되기 전에는 지식인이건 농부건 할 것 없이 다들 날이면 날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술을 마셔댔다. 아침 먹으면서 맥주 조금, 점심에는 와인 약간, 1650년경에는 여기에 진까지 곁들이고, 하루를 마무리할 때 역시 맥주와 와인을 더했다. 물론 과거 유럽 사람들이 그저 알코올쟁이라서 술통에 빠져 살았다는 것은 아니다. 당시만 해도 위생적으로 안전한 물을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건강’을 위해 오히려 술이 옳은 선택인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어쨌든 대부분의 사람이 온종일 술에 취해있던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성의 마비는 물론이고 술은 결국 ‘잠’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여기에 고양된 ‘깨어 있음’을 가져다주는 커피가 들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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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alex jone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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