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with Books: 책과 함께 사는 삶

책을 누리는 공간,
Story Pod

에디터: 박소정
자료제공: Atelier Kastelic Buffey(AKB)

올해 초 소음으로 가득했던 번화가에서 벗어나 조용한 동네로 이사를 왔다. 매일 보는 풍경을 비롯해 장을 보는 곳, 자주 가는 카페 등이 달라지면서 이제야 사람 사는 곳에 안착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반면 서점이나 도서관이 멀어져 예전만큼 자주 가지 못하는 단점도 생겨났다. 온라인 서점을 통해 아쉬운 마음을 달래긴 하지만, 크고 시원한 서점에서 이 책 저 책 마음껏 펼쳐보며 즐겼던 예전만 못하다. 사소한 결핍이 쌓이자 새삼 우리 주변에 큰 서점과 도서관을 제외하면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독서기록장, 독후감 등 반강제 독서 권장 교육과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라고 외치던 때가 무색할 정도였다.

캐나다 토론토 북쪽 새로운 주거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뉴마켓 지역에 생긴 스토리 팟Story Pod이 눈길을 끈 것도 어쩌면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팟Pod은 최근 캐나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신도시의 광장이나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지역 등에 설치한 구조물을 뜻한다. 시냇물이 흐르고 잔디와 나무가 잘 정돈된 공원 한가운데 위치한 스토리 팟은 기존의 구조물에 서가를 더해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책과 더 가까이 지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문이 닫혀 있을 때를 기준으로 가로, 세로 2.5m에 높이 3m의 큰 부스처럼 보이는 스토리 팟은 하루가 시작되면 책이 펼쳐지듯 벽이 회전하며 열린다. 검은 펜스로 둘린 외부와 달리 안쪽은 목재로 제작된 서재와 벤치 그리고 책이 들어차 있어 따뜻한 느낌을 준다. 밤에는 문이 닫히고 지붕의 태양열 패널을 이용한 친환경 LED조명이 켜지며 밤에 공원을 산책하는 이들을 위한 가로등 역할도 한다. 시공 단계부터 운영까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고 있는 이곳은 올 때마다 새로운 책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책을 고르고 읽는 이들의 모습만 보면 작은 도서관처럼 보이지만, 주민들이 다 읽은 책을 기증하고 마음에 드는 책은 이 공간에서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져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책을 즐기는 신개념 공간으로 볼 수 있다. 더불어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주목을 받는 이곳은 주민들이 함께 어울리며 유대감을 나누는 장소로도 거듭나고 있다.

Info
ATELIER KASTELIC BUFFEY
25A MORROW AVENUE, SUITE 202
TORONTO, ONTARIO M6R 2H9, CANADA
www.akb.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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