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with Books: 책과 함께 사는 삶

책을 깨고 나온 벌새 by Juan Fontanive

에디터: 박소정

인류의 태동과 동시에 그림의 역사가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을 잊지 않기 위해 동굴 벽에 그린 그림은 문명의 흐름에 따라 평면에서 입체로, 정적에서 동적으로 실감을 주기 위한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이 과정에서 1895년 프랑스 뤼미에르 형제가 세계 최초로 만든 영화 < 열차의 도착>이 상영된 순간은 기념비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열차가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단순하고 짧은 영상으로 오디오도 없었지만, 당시 이를 본 관객들은 실제 기차가 들어오는 줄 착각해 깜짝 놀라 달아나기도 했다. 이렇게 이미지를 연속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움직임을 전할 수 있었던 애니메이션 기법의 뿌리에는 어린 시절 한 번쯤 접해봤던 ‘플립 북Flip Book’이 있다.

플립 북은 종이 한 장에 한 장면씩 움직임을 쪼개어 그린 것을 모은 책으로, 연속으로 넘기면 움직이는 그림을 볼 수 있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활동하는 작가 후안 폰타니베Juan Fontanive는 어린 시절의 향수가 담긴 이 책을 신선한 방식으로 재해석해 눈길을 끈다. 런던 왕립예술학교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그는 최초로 움직이는 사진 ‘달리는 말’을 선보인 에드워드 머이브릿지Eadweard Muybridge와, 실험 애니메이션 작가로 유명한 오스카 피싱어Oskar Fischinger등의 작가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자연스레 플립 북에 관심을 갖게 됐다. 기존의 방식을 뛰어넘어 어떻게 하면 자동으로 책을 넘길 수 있을까 생각하던 그는 고민 끝에 오래된 시계와 자전거를 구해 해체하기 시작했다. 그는 여기서 얻은 부품을 책과 결합함으로써 자동으로 움직이는 모듈을 탄생시켰다.

1717 Troutman St.
Unit 225
Ridgewood, NY
11385
juanfontanive.com

July-August2017_LivingwithBooks_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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