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ic : 이달의 화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워밍업

에디터 : 전지윤, 김영호, 김수미

어떤 운동이든지 적절한 준비 운동 없이 무턱대고 덤볐다 가는 오히려 탈이 나기 마련이다. 오늘날 건강을 지키려는 우리의 노력 대부분은 다소 맹목적이고 급진적이지 않은가 싶다. 남들이 많이 하는 운동이라는 이유로 뛰어들었다가 마음이 식기를 반복하고, 몸에 좋다는 음식이나 영양제를 잔뜩 샀다가 감당하지 못해 쩔쩔매기 일쑤니까 말이다. 어쩌면 이러한 시행착오가 반복되는 이유는, 나를 돌보기 전에 꼭 챙겨야 하는 준비 운동을 빠뜨렸기 때문이 아닐까? 올해도 건강을 위해 무언가를 결심한 우리, 한 번쯤 짚어보아야 할 생각거리들을 음미하며 먼저 몸과 마음을 천천히 풀어보자.
1-나를 구하는 움직임
“우리는 영웅을 힘과 의지, 아름다움 같은 탁월성Arete을 지닌 총체적 이미지로서 동경한다. 한 컷의 비포 & 애프터 사진은 역동적이면서 압축적인 영웅서사다. 의지와 노력만 있다면 누구나 이 여정에 뛰어들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다. 우리의 인생은 『반지의 제왕』의 샘과 프로도처럼 뛰어난 재능은 없지만 성실함과 목적의식을 갖고 운명의 산을 향해 한 걸음씩 전진하며 성장해 나가는 순례자의 여정과도 같다. (…) 영웅의 괴물 퇴치가 우리 안의 어둠을 죽인다는 것을 의미하듯, 누군가에게 체육관에 간다는 건 권태와 무기력을 물리치는 것을 뜻한다.”
_현상필, 『소크라테스 헬스클럽』 중

팬데믹이라는 침체의 늪에 빠진 지도 어느덧 두 해를 꽉 채워간다. 백신 접종 시작과 함께 ‘일상으로의 복귀’라는 달콤한 꿈을꾸었던 것도 잠시, 변이 바이러스와 돌파 감염으로 다시 어수선해진 지금은 마음이 답답하기만 하다. 마음만큼 무거워진 것이 또 있으니, 바로 내 몸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한 첫해에 이미 내 몸무게는 임신했을 때 도달했던 생애 최고 몸무게를 가뿐히 경신해버렸다. 건강과 단단한 몸, 그리고 자기 신뢰라는‘보상’을 쟁취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벌떡 일어서면 좋으련만, 나는 귀찮음과 피로감이란 ‘시련’에 너무도 쉽게 무너지는 타입이다. 이 게으르고 나약한 ‘확찐자’를 향해 때마침 일침을 가하는 책을 만났다. 『소크라테스 헬스클럽』에서 저자 현상필은 “크로스핏이나 실내 클라이밍을 하는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건 신의 뜻이나 운명이 아닌 희열”이라 말한다. 다소 갸우뚱해지는 구절이었으나, 아주 가까운 곳에 좋은 본보기가 있었다. 이 험난한 시국에도 굳건히 건강을 지키고 있는 나의 남편이다. 업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었지만 그는 어느덧 희열감을 느끼기 위해 지칠 때까지 운동하는, 확실히 운동에 진심인 사람이다.

“자기 몸을 돌보는 임무를 등한히 하여, 자신이 신체적으로 가장 아름답고 가장 강하게 되는 것을 보기도 전에 늙는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네. 자신을 등한히 한 자는 이런 것들을 볼 수 없을 걸세.”_현상필, 『소크라테스 헬스클럽』 중(크세노폰, 『소크라테스 회상록·소크라테스의 변론』에서 재인용)

정치와 철학, 예술의 황금시대였던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육체와 영혼의 조화를 진지하게 모색했다. 이들은 이성적 사고를 위한 지적 훈련만큼이나 신체 단련과 강건 또한 중요하게 생각했다. 책상에 앉아 공부만 했을 것 같은 소크라테스도 매일 체육관에서 레슬링을 연습했다고 한다. 그에게 운동이란 신체 단련뿐 아니라 모든 욕구 극복에 필요한 자제력을 키우기 위한 정신 수양이기도 했다. 개인의 품성, 인격, 태도 등 정신 건강을 가다듬기 위해 체력 단련에 힘을 쏟았던 고대 철학자들의 논의를 규합하면 결국 육체와 영혼의 조화가 중요하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2-디지털 헬스케어, 스마트해지는 건강 관리
인터넷과 유튜브 등을 통해 일상 가까이에서 활약을 펼치기 시작한 인공지능이 이제 우리 건강까지 돌보겠다고 큰소리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의하면 미래의료 혁신을 이끌 것으로 주목받는 ‘디지털 헬스케어’는 정보통신기술과 헬스케어가 융합된 것으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을 활용하여 환자와 일반인의 건강관리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만으로는 우리의 미래의료가 어떻게 달라질지 아직 어렴풋하다. 디지털 헬스케어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 보자.

병의 원인은 크게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으로 구분된다. 유전적인 요인의 경우 타고난 성질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지만 환경적인 요인은 노력을 통해서도 바꿀 수 있다. 현재 내 몸의 상태를 점검하고, 크고 작은 질환을 미리 예방하거나 맞춤형으로 관리하려는 욕구가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디지털 기술이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건강관리를 돕는 전자기기와 모바일 앱은 이미 많이 개발되어 있다. 손목 위에 안착한 스마트 밴드는 걸음 수, 이동 거리, 운동 시간, 소모 칼로리, 수면 모니터링 등 일상생활에서 몸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정보를 모아 그래프화하여 평상시에 건강을 관리하도록 돕는다. 삼성전자와 샤오미, 애플 등 여러 기업에서는 이전보다 경쟁적으로 스마트 밴드를 출시하는 추세다. 운동과 식단 관리를 도와주는 모바일 앱도 다양하다. 건강한 일반인이 사용하기 적당한 앱에서부터 당뇨병 환자와 같은 만성질환자를 위한 앱까지, 자신의 상황에 따라 적합한 서비스를 골라 사용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2020년 11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인공지능·사물인터넷 기반 어르신 건강관리 서비스 시범사업’은 고령자가 온라인으로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받도록 돕는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직접 보건소 방문이 여의치 않은 이들이 측정기기와 스마트폰 앱을 통해 건강 상담을 받을 수 있어서 유용하다. 소프트웨어 중 혈압측정이나 치료제 등 의료 목적 기능을 가진 것은 식약처의 허가를 받으면 의료기기로서 판매가 가능해진다. 지난 2020년 4월에는 삼성전자가 만든 ‘커프Cuff’라는 혈압측정 모바일 앱이 세계 최초로 식약처로부터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 이 앱을 활용하면 병원에 가지 않아도 스마트 워치를 통해 간편하게 혈압을 측정하고 맥박수를 알 수 있다.

3-더 높은 차원의 마음 건강을 위해
‘숨을 천천히 들이쉬고, 내쉬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합니다’

이런저런 걱정으로 마음이 번잡하고, 과중한 업무나 임무에 몸과 머리가 버벅대는 것을 느낄 때 많은 사람들이 명상에 기댄다. 나 또한 유튜브로 ‘명상’ 또는 ‘meditation’을 검색해서 안내자가 이끄는 대로 몸과 마음을 맡겨본 일도 있고, 주변에는 본격적으로 앱이나 서비스를 구독해서 매일 명상하는 습관을 갖고자 노력하는 이들도 있다. 잠시나마 호흡을 가다듬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은 안정감을 가져다주고 충전을 돕는다. 이러한 느낌이 단지 주관적인 것이 아니라는 과학적인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면서 삶의 자가 치유책으로 명상을 찾는 이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명상은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고,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마음과 뇌의 관계는 오랜 시간 동안 미지의 영역이었으나, 21세기 뇌과학의 발달과 함께 그 비밀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하버드대학 생리학 교수 월터 B. 캐넌Walter B. Cannon은 포유동물이 생존을 위협받는 등의 스트레스 상황에 직면하면, 맞서 싸울것인지 도망갈 것인지 선택하는 ‘투쟁-도피반응’이 뇌에 유발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생존 메커니즘에 따라 인간이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면 교감신경과 부교감 신경이 영향을 받게 되고, 심장 박동수나 호흡 속도 증가 및 위와 장의 움직임 저하, 혈관수축 등의 신체 반응을 보이게 된다.

하버드의과대학 교수로 재직한 허버트 벤슨Herbert Benson은 세계 최초로 명상의 과학적 가치를 대중에 알린 인물이다. 그는 수십 년에 걸쳐 초월명상Transcendental meditation을 해온 수행자들을 통해 명상이 심박수, 대사율, 호흡률 저하를 이끌어낸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인체에 ‘투쟁-도피반응’과 정반대되는 ‘이완반응’이라는 메커니즘 또한 내장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저서 『이완반응』에서 벤슨은 대도시 중심의 현대 사회에서는 인간이 예전처럼 투쟁하거나 도피하는 선택을 내리기 어려워졌고, 이에 따라 다양한 스트레스가 초래되므로, 자동으로 촉발되는 투쟁-도피반응을 상쇄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의식적으로 이완반응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편안한 자세로 눈을 감고 온몸을 이완시킨 상태에서 호흡하며 집중용 단어나 구절, 기도문 읊조리기를 10~20분씩 수행하는 이완반응 명상을 꾸준히 시행할 것을 그는 제안한다.

“투쟁-도피반응이 반복적이고 부적절하게 촉발된다는 것은, 주변 환경의 신속한 변화에 맞춘 심리적·생리적 적응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사실 고혈압의 유병률과 심장병 및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이 급증한다는 것은, 우리가 환경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환경이 복잡하지 않고 더 안정적으로 변화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니 우리는 자신의 몸 안에서 ‘21세기의 요구 사항’을 다루는 생리적 방법을 발견해야 한다.”_허버트 벤슨, 『이완반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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