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 특별기획

자유롭고 아름다운 책 동굴, 마야 소마이야 도서관

에디터. 서예람 사진. © Edmund Sumner

인도는 2019년 공식 통계 기준 약 13억 6천만 명 인구가 사는 거대한 나라다. 어디 인구수만 거대할까, 헌법에서 공인된 언어만 22개인 복잡한 인종과 종교, 문화가 공존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그만큼 문화적으로도 풍성한 나라일진대, 우리가 아는 인도의 문화적 성과는 아주 적다. 한 가지 소개해보면, 2018년 당시 90세였던 인도 건축가 발크리쉬나 도시Balkrishna Doshi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The Pritzker Prize을 수상했다. 많은 제3세계 출신 선구자들처럼 그 역시 인도라는 상황에 맞는, 인도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건축 프로젝트와 후학 양성을 위한 교육 활동에 그의 생을 바쳤고, 이내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이번 달 소개할 인도의 한 도서관도 그 철학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힘을 북돋아 주는” 공간, 마야 소마이야 도서관이다.
마야 소마이야 도서관이 지어진 곳은 인도 마하라슈트라Maharashtra주의 한 학교 내 작은 자투리땅이다. 길쭉한 땅에 들어설 건물을 상상한다면 여느 건물과 똑같은 사각형의 건물이 으레 떠오를 테지만, 이곳을 설계한 인도의 건축사무소 사미프 파도라 건축연구소sP+a는 더 깊이 고민했다. 사미프 파도라 건축연구소는 인도 건축을 이끄는 젊은 건축사무소로, 세계적인 것과 지역적인 것 사이에 선 긋기를 거부하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경계를 나누기보다는 건축 역사상의 모든 자원을 동원하여 그 지역에 맞게 건물을 설계하고 구현하려 노력한다. 이들은 아이들이 이용하게 될 도서관이 활기찬 학교생활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 타지역에 비해 교육적 자원이 부족한 위치에 놓인 학생들에게 먼저 다가갈 수 있는, 더 나아가 인근 주민들도 찾을 수 있는 문화적 구심점으로서의 도서관을 구상했다. 그 결과 아이들이 쉽게 올라가 놀 수 있고, 주변의 경관과도 잘 어우러지는 낮은 돔 형태의 도서관이 설계되었다.
마야 소마이야 도서관은 무엇보다 이곳을 이용하는 어린이들에게 초점을 맞춘다. 도서관이 자리한 지점은 학생들이 일과 중에 몇 번씩 지나치는 곳이다. 학생들이 여러 방향에서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이 도서관은 어느 한 곳이 앞쪽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형태로 설계되었다. 어떤 건물이든 자꾸 마주치고 보고 또 보다 보면 한 번쯤 들어가 보고 싶기 마련이다. 학생들이 도서관 건물 옆을 지나다니다가, 도서관 외벽을 걸어보다가 그 안의 책에도 손을 대보지 않을까 하는 것이 설계자들의 바람이었다. 도서관 내부 역시 직선으로 구획되어 있지 않다. 집중해서 책을 읽을 만한, 혼자 있기 좋은 공간은 바깥 면을 따라 배치했고, 친구들과 함께 토론하거나 가볍게 책을 읽을 만한 공간은 가운데에 배치했다.
벽돌로 만든 동굴처럼 생긴 이 도서관은 카탈루냐식 볼트Catalan Vault의 구조를 모티프로 삼았다. 카탈루냐식 볼트는 19세기 초 미국 동부에서 활동한 구스타비노Guastavino 부자, 20세기 중반 우루과이 건축가 엘라디오 디에스테Eladio Dieste, 그리고 스페인 최고의 건축가로 불리는 안토니오 가우디Antonio Gaudi와 같은 건축가의 유수의 건물에도 영향을 준, 고전적인 건축 형태라고도 할 수 있을 돔 구조다. 아치가 평평하고 벽돌을 천장까지 쌓아 올려 만든 것이 카탈루냐식 볼트의 특징이다. 벽면과 천장이 수직으로 만나는 다른 구조물에 비해 돔은 개별 벽돌을 쌓아 올리는 조적식 구조masonry structure이기 때문에 건물을 좌우로 움직이는 힘, 예컨대 지진에 취약한 편이다. 이에 따라 설계할 때부터 기하학적으로 완벽을 기해야 웬만한 힘에도 무너지지 않는 안정적인 벽돌 돔을 만들 수 있다.
카탈루냐식 볼트를 애용하던 남미 건축가 엘라디오 디에스테는 자신의 책 『La Estructura Ceramica(도자 구조)』에서 동굴 같은 형태의 건물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추구하는, 구조 속의 서로 저항하는 요소들은 그 전체 형태에 의존한다. 건물이 견고하게 서 있을 수 있는 기반은 그 형태이다. 그저 재료를 아무렇게나 쌓아 두었다면 건물은 안정적으로 서 있지 못할 것이다. 형태를 통한 저항은 건축에 있어 가장 고상하면서도 우아한, 지적인 접근법이다.” 작은 동네 학교 도서관에 불과할 수도 있던 곳에 뭐하러 저런 멋을 들이느냐고 누군가는 비웃을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이 도서관의 의미는 그 형태 자체에 있는지도 모른다. 도서관에 비치된 책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접하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도서관을 뛰어노는 아이 중에는 분명 이 공간의 구조에 대해서, 그 놀라움과 신비로움에 대해 근본적인 궁금증을 가지는 아이도 있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December20_SpecialReport_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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