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il of Tales: 동화 꼬리잡기

잃다와 잊다

에디터: 김지영
자료제공: 한솔수북

153층이 넘는 건물이 숲을 이룬 도시 토로네에 키가 작고 대머리에 배가 볼록 나온 남자가 나타난다. 동그란 안경에 바둑판무늬 조끼, 검은 양복을 입고 회중시계까지 찬 남자는 한 손에 서류가방을 다른 한 손에는 작은 접이식 의자를 들고 있다. 광장 한가운데 멈춘 남자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친다. “오세요. 파란 아저씨가 왔어요. 여러 종류의 하늘, 온갖 날씨의 하늘을 팝니다!” 남자가 물건을 늘어놓자 사람들은 제각기 자신이 원하는 하늘을 선택했다. 토로네 시민들에게 하늘은 그저 신비한 물건이었다. 빌딩과 빌딩 사이로 하늘이 아주 조금 보였지만 시민들은 늘 할 일이 많아서 고개 들 시간이 없었다. 파란 아저씨가 하늘 조각을 팔고 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언제나 급하게 다니던 한 사람이 평평한 길에서 미끄러져 뒤로 자빠진다. 그런데 자빠진 바람에 우연히 바닥이 아닌 머리 위를 보게 되었는데, 그곳에 하늘이 있었다. 그 남자는 하늘이 있다며 하늘을 가리켰고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본다. 그제야 하늘이 머리 위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하늘을 판다는 터무니없는 이야기
『하늘을 팝니다』는 일반 그림책과 비슷한 듯 다르다. 이야기 전개는 비교적 단순하지만 작가가 그림책에 담은 메시지만큼은 어린이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남녀노소 누구나 살면서 경험했을, 잃어버린 것과 잊어버린 것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평소 하늘을 잊고 살던 토로네 시민들 앞에 나타난 파란 아저씨. 그는 일상에 쫓겨 사는 도시 사람들에게 하늘 조각을 팔아 엄청난 돈을 번다. 일반적으로 하늘을 사고판다는 건 터무니없는 이야기다. 하늘을 조각내 판다는 상황보다 고개만 들면 볼 수 있는 하늘을 돈 주고 산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하늘을 잊고 살아온 시민들의 처지에서 생각해보면 수긍할만하다. 언제부터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오랜 시간 잊고 지낸 하늘이 눈앞에 나타났으니 말이다. 초등학교 앞 슈퍼마켓이나 문방구에서 사 먹었던 불량식품을 만났을 때 추억에 젖어 한두 개쯤 먹어보는 것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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