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외면하지 않는 목소리,
소설가 강화길

에디터: 김선주
사진: 신형덕

데이트 폭력을 당했지만 사람들에게 오히려 맞아도 싼 여자 취급을 받던 진아. 그녀는 과거의 자신을 알고 있는 사람이 쓴 것으로 보이는 트위터 글의 작성자를 찾아 12년 전 떠났던 고향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 길에서 자신과는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이들과 주고받았던 외면과 상처를 마주한다. 과거를 돌아보는 일은 우리가 잊었다고 믿고 있던 불편한 진실에 대면하게 한다. 그 진실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있어왔고, 어쩌면 앞으로도 끝나지 않을 이야기이다.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진아와 수진, 유리와 이영을 이해하게 될 때, 우리는 더 이상 ‘다른 사람’일 수가 없다. 이제 이 이야기는 진아의 것이 아니다. 이야기를 끝낼 사람은 바로 ‘너’다.

첫 장편소설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셨는데 소감이 궁금합니다.
너무 기분 좋죠. 이렇게 상을 받는다는 건 독자들에게 인상 깊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잖아요. 그래서 기분 좋고 책임감도 느껴요. 사실 공모전에 몇 번 냈다가 다 떨어졌어요.(웃음) 그래서 거의 포기하는 심정으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서 냈는데 당선됐다고 해서 기뻤죠.

단편집 『괜찮은 사람』에 이어 이번 『다른 사람』까지, 유독 ‘사람(여성)’에 주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2012년에 등단해서 2016년에 그간 써왔던 단편들을 책으로 묶으려고 보니 전부 여성에 관한 목소리가 깔려 있어서 저도 놀랐어요. 계속 써왔다는 건 제가 이 문제에 대해 할 말이 많다는 거잖아요. 이런 문제에 관심은 많은데 동시에 확신하지 못하는 부분도 많아서 제가 느끼는 감정이 진짜인지, 너무 예민하게 생각하는 건 아닌지 스스로 탐문했어요. 그러다 보니 이 사회에서 저 자신으로 살아가는 데 확신하지 못하는 문제와 결부되어 있는 것 같았고, 그게 구조적인 문제로 더 들어가면 성별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조금 더 사람의 문제에 다가서게 된 것 같아요.

이 소설을 단순히 여성에 관한 이야기로만 볼 수 없겠네요.
페미니즘이나 여성을 목적으로 했다기보다는 제가 궁금해하고 쓰려고 했던 것들을 생각하다 보니 여성으로 연결되었고 이게 저에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거죠.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쓰면 “왜 여성에 대해 쓰냐”는 질문이 반드시 따라오는데, 아무래도 여성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그런 질문이 나오는 것 같아요. 단순히 페미니즘 작가로 분류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아니라, 남성이 죽거나 문제를 겪으면 남성문학이 아니라 그냥 범죄문학이잖아요. 여기서 느껴지는 복잡한 사연들이 저한테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고, 저로서는 굉장히 당연하게 썼는데 남들에겐 당연하지 않게 느껴진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제가 극복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데이트 폭력이나 강간, 여혐 등 민감한 이야기를 다루셨는데 이를 표현하는 데 있어 고민되거나 조심스러운 부분은 없으셨나요?
어떻게든 개인의 문제로 읽히지 않았으면 했기 때문에 많이 노력했어요. 순결한 피해자나 완벽한 가해자로 남기보다는 어떤 상황에서든 복잡한 연결고리가 있게 마련이기 때문에 여성들이 서로 주고받는 가해와 피해의 결이 어떻게 탄생했고, 근본에는 어떤 원한과 갈등으로 시작했는지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또 가능한 선정적이지 않게 쓰려고 노력했어요. 핍진한 묘사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배제하려 했고 좀 더 내적으로 파고들려고 시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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