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스탠드업 나우 서울!
저자 최정윤

에디터: 이희조
사진: 신형덕

불타는 주말의 시작을 알리는 금요일 밤 강남, 바를 겸하는 어느 지하 소극장. 무대 위에는 어떤 장치도 없이 등받이 없는 의자와 스탠드 마이크 하나만 놓여있다. 쇼가 시작하자 코미디언이 홀로 걸어 나와 마이크를 빼 들고 농담을 던지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관중은 까르르 뒤집어지며 온몸의 긴장을 풀고 무대로 빠져든다. 능숙한 코미디언은 관객석에서 튀어나오는 말 한마디도 기가 막히게 받아치며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 그중 유일하게 여성인 코미디언 최정윤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하는 성적인 농담을 아주 센스 있게, 그것도 조곤조곤한 말투로 ‘남발’해 관객을 휘어잡았다. 통역가, 기자를 거쳐 성인용품 브랜드를 창업했던 그녀는 스탠드업 코미디를 통해 여성의 성적 욕구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싶다는 생각에 뉴욕에서 직접 코미디 수업을 들으며 코미디언의 꿈을 품었다. 뉴욕에서 보고 배운 것을 토대로 『스탠드업 나우 뉴욕』이라는 한국 최초 스탠드업 코미디 개론서를 펴냈고, 현재는 서울에서 매주 다양한 코미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그녀에게 스탠드업 코미디의 정석과 서울에서 피어나는 코미디의 새싹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오늘 공연 잘 봤습니다. 오늘처럼 단체 관객, 그것도 중년 관객이 오는 것은 조금 특이한 상황이라고 하셨는데, 공연한 소감이 어떠세요?
너무 좋았어요. 관객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저를 다양한 상황에 노출시키고 거기서 제가 제 분량을 할 수 있는지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오늘처럼 중간 중간 끼어드는 관객은 평소에도 많은가요?
책에도 나오다시피, 중간에 끼어들거나 야유하는 것을 ‘해클링heckling’이라고 하는데, 한국에선 관객이 코미디언 말에 토를 다는 경우는 거의 없죠. 제가 반년 동안 활동하면서 두 번 봤어요. 근데 오늘 관객분 중 한 분은 말 한 마디 끝날 때마다 한 마디씩 하셨죠. 원래 그 정도면 미국 코미디 클럽에서도 쫓겨날 정도예요. 한 마디 해클링을 하면 코미디언이 그걸 잘 받아쳐서 분위기가 다 같이 웃고 잘 풀리고 끝나야 하는데, 계속하면 사람들이 ‘돈 내고 좋은 공연 보러왔는데 저 사람 때문에 방해를 받고 있다’고 생각해서 뒤로 끌어내거든요.(웃음)

제가 아주 특별한 공연을 본 것 같네요.(웃음) 그래도 본인의 공연에는 만족하셨나요?
반응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중년 남성들이 좋아하는 성적 주제긴 하지만, 비교적 젊은 여자가 올라와서 성에 대해 얘기할 때 ‘우~’ 하고 야유하면서 소비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런 건 바라지 않아서 올라가기 전에 약간 걱정했죠. 하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불쾌한 리액션은 없었던 것 같아요.

불쾌해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풍자나 농담의 의도를 이해하고 웃는 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전혀 아니었어요. 똑같은 내용을 다른 곳에서도 한 적 있어요. 시민 주도적으로 진보 사회운동을 하려는 모임이었죠. 저는 페미니즘 이슈나 이런 것들도 얘기하는 편인데, 그분들은 모두 지금 현안이 뭔지 알고 있으니까 제가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딱 알아듣고 거기에 맞게 반응해주셔서 너무 좋았거든요. 근데 오늘 관객들의 성향은 엔터테인먼트를 더 바라는 것 같아 너무 여러 번 꼬지 말고 쉽게 가자고 동료들과도 얘기했어요.

최정윤_스탠드업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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