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Chaeg : Art 책 속 이야기 예술

숫자의 실행: 세계 대량생산 문화의 초상
Running the Numbers: Portraits of global mass culture
by Chris Jordan

에디터: 지은경, 세바스티안 슈티제 Sebastian Schutyser
사진 크리스 조던 © Chris Jordan
www.chrisjordan.com

‘통계’라는 렌즈를 통해 숫자를 바라보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현대 대량생산 문화가 아닐까. 세계적인 규모로 발생하는 대량 현상에 대한 연구는 최근 들어 우리가 더욱 집중하는 주제다. 사진작가 크리스 조던Chris Jordan이 생성시킨 각 이미지들은 어떤 사물의 특정 수량을 말하고 있다. 평화로워 보이는 숲의 이미지는 13만9,000개의 담배꽁초가 모여 만들어졌다. 이 숫자는 미국에서 15초마다 훈제 폐기되는 담배의 수와도 같다. 호쿠사이 파도 그림은 2,400만 개의 플라스틱 조각이 모여 이루어졌으며, 이 숫자는 매시간 전 세계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조각의 양과 같다.

통계를 통해 현 인류는 미래를 대비하고 현재의 위치를 파악해왔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 어마어마한 수의 규모를 어떻게 짐작할까? 예를 들어 ‘10개의 사과’라고 말했을 때 우리의 머릿속에는 10개의 먹음직스러운 사과가 떠오른다. 두 손으로 모두 들 수 있는 양은 아니지만 봉투에 넣으면 거뜬히 들어 올려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사과의 수가 10개가 아닌 100개라고 상상해보자. 그 규모를 떠올리기 위해 우리는 좀 더 상상해야 할 것이다. 이미 머릿속에 그린 10개의 사과를 상상하며 20개들이 상자를 5개 꺼내어 그 안에 사과를 담을 수 있는 상상을. 그러면 이제 1,000개, 2,000개, 3,000개의 사과를 상상해보자.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머릿속에 떠돌던 수의 규모에 대한 감각을 잃고 만다. 즉 우리가 매일 산출하는 어마어마한 자릿수의 숫자들을 우리는 제대로 느끼며 생활하지 않고 있다.

한 번 발굴된 통계의 수치는 대부분 그렇게 기정사실로 굳어져버리는 경우가 많다. 매년 전 세계에서 1억 그루의 나무가 베어지고 900만의 미국 어린이들이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으며 5분마다 약 200만 개의 플라스틱병이 사용된다. 그리고 미국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의 수는 230만 명이다. 이 수치는 지난 몇 년간 변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어떤 문제를 상기시킬 때 그에 따른 통계의 수는 그 문제에 대한 연산 작용에 큰 도움을 준다. 그것은 또한 개개인으로서는 변화무쌍하지만 좀처럼 변할 줄 모르는 인류의 생활 방식이기도 하다.

미국 시애틀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 크리스 조던은 사진을 통해 사회문제를 제시한다. 그의 제시 방식은 매우 아름답고도 예술적이다. 그런데 그 부드러운 이면이 가진 진실에 사람들은 놀라고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그의 사진은 언제나 엄청난 숫자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는 디지털 사진을 통해 충격적인 현상을 아름다운 그림 속에 파묻어 사람들 앞에 선보인다. 수평선으로 뻗은 평온한 풍경화를 이루는 어마어마한 이쑤시개의 양은 매년 쓰러져나가는 나무의 수와 일치한다. 그림 속에서 빼곡하게 반복되고 있는 투명 플라스틱 컵은 우리가 매일 비행기 안에서 사용하고 버리는 컵의 개수다. 쇠라의 걸작을 복제한 사진 속 주인공들은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사물인 플라스틱 탄산음료 병의 뚜껑들이다. 아름다운 여성의 가슴을 이루기 위해 모인 수천 개의 바비인형은 매달 유방확대 시술 여성의 증가 수다.

007_article_inside_01
Please subscribe for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