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소외로부터 얻는 것, 작가 햄햄

에디터: 박소정
사진: 신형덕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어느 여름날, 바닷가 옆 도로에 강아지 한 마리가 우두커니 서 있다. 소중한 것을 잃은 듯 제자리에서 한참을 머물던 강아지가 조심스레 걷기 시작한다. 파도 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해변을 지나 녹음이 우거진 숲속, 이름 모를 어느 역,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도시의 번화가까지 주인님을 찾기 위한 여정이 이어지며 계절도 바뀐다. 하지만 강아지의 시간은 어느 여름날 그대로 멈춘 듯 지칠 줄 모른다. 작가 햄햄이 『주인님, 어디 계세요?』를 통해 유기된 강아지의 시선으로 비추는 세상은 쓸쓸하지만 결코 어둡거나 차갑지 않다. 희망이란 빛을 따뜻하고, 선명하게 펼쳐 보여주며 ‘소외’로부터 미처 바라보지 못했던 것을 살펴보게 한다.

카카오 브런치북 일러스트 부분 대상을 받으면서 첫 작품이 나왔는데요, 유기견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쓰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처음부터 유기견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고요, 평소 시바견을 좋아해서 사진을 자주 찾아봤는데 계속 보다 보니 눈썹이나 눈빛에서 귀여우면서도 슬픔이 느껴지더라고요. 특히 도로 한가운데 강아지가 혼자 앉아 있거나 쓸쓸히 걷는 사진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스토리를 구상하고 옴니버스식으로 그림을 그려 SNS에 올리기 시작했어요. 생각보다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셔서 그림 순서와 이야기를 정리해 책으로 나오게 됐죠.

만화창작과를 나온 후 오랫동안 회사생활을 했다고 들었는데 회사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했나요?
회사 다닐 때도 그림과 관련된 곳을 다녔어요. 캐리커처, 삽화부터 상품 디자인이나 애니메이션까지 그림을 그리면서도 경제적인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일은 다 찾아서 했죠. 8년 정도 쉬지 않고 일해온 것 같아요.

오랫동안 해온 직장생활을 뒤로하고 전업 작가로 나서게 된 동기가 궁금해요.
무엇보다 회사에서 하는 작업이 재미가 없었던 게 가장 큰 배경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웃음) 아무래도 정해진 틀 안에서 계속 반복하는 일이니까요.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왔는데 결정적으로 마음을 먹게 된 건 삼 년 전쯤이에요. 당시에 가평으로 워크숍을 갔다가 동네에 사는 믹스견 한 마리를 발견했는데 주인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서 그런지 굉장히 행복하고 자존감도 높아 보이더라고요. 그때 그 강아지를 보면서 문득 ‘내가 저 개보다 자존감이 떨어져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까지 사회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금전적인 부분에 집착하며 살았는데, 어차피 재벌이 되지도 못할 테니(웃음) 모든 걸 내려놓고 한 번쯤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도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렇게 동기를 얻은 걸 잊지 않으려고 그때 찍어 놓은 강아지 사진을 아직도 갖고 있어요. 그 사진을 보면 강아지가 ‘가슴에 똥 좀 묻으면 어때, 주인님이 날 사랑하는데’라고 말하는 느낌을 받는데 이런 데서 영감을 받아 조금씩 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죠.

직장을 그만두기까지 쉽지 않았을 텐데 결정적으로 도움이 된 계기가 있었나요?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있는데 막상 실천으로 옮기기 쉽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몇 년 더 일하다 우연히 남편과 드림웍스 전시회에 가게 됐어요. 남편도 저와 비슷한 분야에서 일하고 그림에 관심이 많아서 둘 다 정말 좋아했죠. 당시 저는 상품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일보다 패키지 작업을 하거나 제안서를 쓰며 보내는 시간이 많았는데, 그 전시회를 보니까 그림을 그리는 게 굉장히 즐거워 보이고 부러웠어요. 너무 하고 싶은 일이라 그런지 전시회를 보고 돌아가는 길에 저도 모르게 울음이 나오더라고요.(웃음) 이런 과정을 겪다 보니 그만두는 게 좀 수월해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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