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il of Tales 동화 꼬리잡기

서로의 색깔 알아주기

에디터. 전지윤 자료제공. 보림

세상만사, 특히 사람 마음이 내 생각대로만 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러기는 쉽지 않다. 하물며 부모 자식 사이, 부부사이에도 마찰이 생기는 일이 허다한데 서로 다른 인격이 충돌하는 건 너무 당연하다. 뜨거운 진심이 때로는 오해를 부르고, 작은 호의가 큰 불편이 되기도 하는 복잡하고 어려운 인간관계. 이 풀리지 않는 숙제의 해답은 무엇일까?
모모의 마음
토토는 모모의 단짝 친구다. 모모는 토토가 너무 좋고 소중하기 때문에 뭐든지 나눠주고 싶어 한다. 토토에게 어울릴 만한 걸 골라 선물하는 것도 좋아한다. 토토를 보고 있으면 모모는 마냥 행복하다. 어느 날, 모모는 토토의 얼굴이 다 가려질 만큼 커다란 꽃다발을 주러 그를 찾아간다. 자신이 좋아하는 바나나 우유와 똑같은 색의 노란색 꽃다발이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 토토는 이제 모모와 놀지 않겠다는 주황색 쪽지만 남겨 놓고 홀연히 떠나버렸다. 모모는 갑자기 토토가 왜 그러는지 알 길이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어째서 나와 놀지 않겠다는 거야?’
“선물이야!” “아 …… 고마워, 모모야.”
모모가 도움을 주거나 조언을 할 때 토토는 크게 기뻐하지 않았다. 선물을 받았을 때도 고마워하는 표현을 적극적으로 내비친적이 없다. 그런 토토를 보며 모모는 내심 서운했지만 티를 내지는 않았다. 내가 좋아하니까, 내가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토토의 건조한 반응에도 굴하지 않고 모모는 꾸준히 호감을 표현한다. 그런 모모에게 도착한 토토의 차가운 쪽지는 무척 당황스럽고 섭섭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뜻토토의 마음
“이 모자로 골랐어.” “아냐, 이 모자가 더 잘 어울려. 이걸로 해.” “어?”
바나나우유와 야구를 좋아하는 모모는 자기표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반면 당근 수프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토토는 행동에 옮기기 전에 상대방의 말을 먼저 들어주고, 의견을 묻는 편이다. 이렇듯 모모와 토토는 전혀 다른 성격과 취향, 개성을 갖고 있다. 친구와 불편한 상황에 놓이는 걸 내켜 하지 않는 토토는 모모가 준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내색하지 않았다. 모모가 알아서 조심해주기를 바랄 뿐. 하지만 자신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계속해서 일방적으로 행동하는 모모를 보며 토토는 더 이상 친구를 하지 않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한다. 얼굴 보고 말하자니 마음이 편치 않고, 슬퍼할 모모를 마주할 자신도 없어 토토는 쪽지로 이별을 고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나와 다른 너
모모는 토토가 화가 난 이유를 한참 고민한 끝에, 일단 집 밖을 나선다. 틀어진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답이라도 찾은 걸까? 토토네 집으로 향하는 동안 지나치는 거리의 풍경은 형형색색 변하는 색감들로 채워진다. 팬더 씨의 모든 물건은 초록색이고, 코끼리 씨의 모든 물건은 보라색, 다람쥐 씨의 모든 물건은 황토색이며 거북이 씨의 모든 물건은 파란색이다. 각자 다른 색깔 취향을 가진 친구들을 보면서 모모는 토토가 토라진 이유를 깨닫는다. 모모는 그동안 토토의 취향을 고려하지도, 토토의 의견을 물은 적도 없었던 것이다.
토토가 좋아하는 당근의 색깔인 주황색 꽃을 토토에게 선물하고 나서야, 둘은 다시 친구가 된다. 갈등을 통해 상대를 존중하는 법,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 나가는 모모와 토토의 모습은 어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하더라도 혹은 아무리 선의를 가졌다고 해도 일방적인 소통은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 수밖에 없다는, 새삼스럽고도 선명한 관계의 진리를 일깨우는 것이다.
영원한 깐부
아이는 모처럼 한가로운 아침을 보내고 있는 아빠에게 책을 들고 가더니 그 앞에 앉아서 큰 목소리로 읽어 주기 시작한다. 남편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자 아이는 아빠가 모모, 자신이 토토라고 말했다. 아빠가 자기를 좋아하니까 자꾸 이런저런 것들을 해주고 사주는데, 그게 가끔은 부담스럽다는 설명을 덧붙이면서. 그러자 아빠의 표정이 짐짓 진지해졌다. 평소 사이좋은 친구같던 부자의 어색한 대화를 들으니 끼어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꾹 참았다. 한참 정적이 흐르더니 남편은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이렇게 이야기해주었다.
“좋은 친구 사이에는 서로를 무시하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 그런데 네가 진심을 다해 이야기하는 걸 보니까 우리 관계에 대해 되돌아보게 되더라. 우리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나는 더 조심하고, 너는 더 표현하는 거야. 난 네가 나를 사랑한다고 해서 내가 하자는 대로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진심이야. 앞으로 내가 또 실수한다면 참지 말고 쪽지를 남겨줘도 좋겠다. 우린 친한 친구니까, 계속 대화하고 고쳐가면 되는 거야. 넌 어떻게 생각해?”
아이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아빠 품에 안겼다.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본 둘의 우정은 더없이 사랑스럽고 깊었다. 어쩌면 영원하지 않을 수도 있는 그 우정이 언제까지나 영원하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April22_TailofTales_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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