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hop & the City 세상의 모든 책방

새로운 세대의 책방문화

에디터: 지은경, 사진 세바스티안 슈티제(Sebastian Schutyser)

20년 전의 동네 버스 정류장은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토큰을 파는 부스 앞에는 어김없이 음악이 흘러나오는 레코드 가게와 서점이 있었다. 그 가게들은 동네마다 다른 분위기를 풍겼지만, 서점 주인만큼은 모두 하나같이 오래된 안경을 쓰고 계산대 앞에 앉아 책 냄새 풍기는 공간의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 많던 서점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을까? 경제 호황기를 누리면서 사람들은 동적인 것에 마음을 빼앗겼고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고리타분하고 지루한 취미가 되었다. 곧 온 동네 서점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우리의 기억 속에서도 사라져갔다. 책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높아지지만 여전히 독서 부재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앞에 다시 서점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글이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세대에 부활한 서점들은 옛날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서울의 새로운 서점 주인들이 꿈꾸는 책 세상을 만나보자.

땡스북스
요란 시끌벅적, 거대상권이 지배해버린 홍대 앞 풍경, 그러나 그 가운데 아름다운 문화 풍경을 유지하는 작은 공간이 있다. 2011년 3월부터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서점 땡스북스다. 어려운 출판시장과 소형서점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이곳이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끝없이 변화하고자 노력한 결과일 것이다. 이곳을 찾는 주 고객층은 디자이너와 학생, 작가들이지만, 홍대에 놀러 왔던 젊은이들이 우연히 서점에 들러 책을 사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책이 어렵거나 책과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좋은 책을 소개하고 책 속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기 위해 마련된 7,000권의 책들은 소설과 에세이, 그리고 디자인 관련 서적이 주를 이룬다. 젊은 디자이너들과 작가들을 발굴해내는 출판사들을 대중에게 알리는 데 땡스북스가 큰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서점은 책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작은 카페를 함께 운영하며, 책과 어울리는 즐거운 취향의 디자인 상품들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 또한 매달 서점이 거래하는 출판사와 함께 책 전시를 펼치기도 한다. 전시를 통해 서점은 활기를 유지하고 출판사는 자신들의 책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서로 주고받는 것이다. 서점 한쪽에는 서점과의 첫걸음을 함께해온 독립출판물을 전시하고 있다. 대신 독립출판물의 수를 더 늘리지는 않고 독립서점 유어마인드 쪽으로 독자와 작가들을 안내하고 있다. 최근에는 동네 책방에 관한 책을 땡스북스에서 직접 기획 출판하기도 했다. 단순한 서점에서 활동을 멈추지 않고 출판 시장과 서점들에게 활력을 주기 위해, 또 서점 이름처럼 책에 대한 고마움을 보답하기 위해 땡스북수는 다양한 문화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서점은 정오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문을 열며 설과 추석, 신정은 휴무다.
서울시 서교동 잔다리로 28, 더갤러리 1층
02-325-0321
www.thanksbooks.com

프렌테
파스텔뮤직에서 운영하는 서점이자 문화 공간인 프렌테는 2015년 2월에 문을 열었다. 2016년 5월 신촌으로 이전하면서 공간은 프렌테 서점과 카페 파스텔과 디자인 상품, 회사 대표가 직접 외국에서 사온 중고 LP, 그리고 유희경 시인의 시집 서점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프렌테 서점은 파스텔뮤직의 감성을 공유할 수 있는 소설과 에세이들을 약 600여 권 보유하고 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주로 파스텔뮤직의 음악을 좋아하는 20대와 30대 여성들이며 주말은 LP마니아들이 이곳의 멋진 음반들을 트렁크로 싹쓸이해간다. 정기적으로 위트앤시니컬과 목요일의 낭독회를 개최하는데, 약 50명의 예매를 받는다. 프렌테의 새로운 강연 브랜드인 처음학교에서는 작가와 함께 소설, 시 쓰기 등의 강좌를 만날 수 있고 그 외에도 작가 지망생이나 작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문학살롱과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프렌테라는 서점의 이름은 얼굴 표정이라는 뜻을 가진 스페인어로 실제 회사의 대표가 프렌테라는 그룹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파스텔뮤직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는 뜻이기도 하다. 프렌테 서점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낮에는 카페와 서점의 분위기지만 밤에는 맛있는 수제 생맥주를 맛볼 수 있는 펍으로 변신한다.
서울시 서대문구 신촌역로 22-8, 3층
070-7542-8967
www.pastelcompany.com

위트앤시니컬
프렌테 서점 옆 샵인샵으로 운영되는 공간 위트앤시니컬은 시집 전문 서점으로 유희경 시인이 직접 운영하는 공간이다. 편집자 출신의 유희경 시인은 시를 활성화하려는 판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시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고 독자들이 결집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교보문고에서도 300권까지 ‘문학과 지성사’의 시집을 갖추려 노력했으나, 지금은 그 노선을 포기, 시를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대중들에게 현저히 줄어든 것이 현실이다. 많은 사람이 시를 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곳에서 한 달에 판매되는 책은 1,200권 정도다. 고객층은 20~30대가 주를 이루며, 구매량은 40~50대에서 월등히 높아진다. 약 1,500권가량의 시집과 더불어 위트앤시니컬에서는 140자 원고지 노트 등의 상품을 함께 만날 수 있다. 위트앤시니컬이라는 독특한 이름은 순전히 우연에 의해 탄생했다. 시인들끼리 모이는 자리에서 유희경 시인이 “그는 위트 있는 시인이잖아”라는 말을 했는데 다른 시인이 잘못 알아듣고 “위트인더 시니컬이 모야?” 라고 반문을 했다. 이후 다른 시인이 메일로 서점 이름을 위트앤시니컬로 제안한 것이 결국 서점의 이름이 되었다. 문법적으로 봤을 때 위티앤시니컬이 맞는 표현이지만, 시는 은유의 장르이므로 ‘위트앤시니컬’이 되었다고 한다.
서울시 서대문구 신촌역로 22-8, 3층
070-7542-8967
www.pastelcompany.com

얄라북스
2014년 3월 촬영과 프린팅 스튜디오로 시작한 이 공간은 2014년도 말부터 책방 사업을 시작하며 다양한 문화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다. 작품 촬영, 프린팅, 전시기획 등을 하는 스튜디오인지라 작가들이 모여 오랜 시간을 머물게 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책에 관한 이야기로 접어들게 되니 공간에 책이 놓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현재 얄라북스에는 400여 권의 책이 있으며, 그 수는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책은 주로 예술 분야의 독립출판물, 인문예술에 관한 일반 출판사의 책들, 작가에게 영감을 줄 만한 흥미로운 콘셉트의 책들이 대부분이다. 일반 출판사의 예술 서적이 아닌 독립출판으로 제작된 예술 서적을 주로 구비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일반 출판사에서 만드는 서적들은 퀄리티가 들쭉날쭉하거나 유명 작가의 책만을 만들거나 20~30년 전 과거의 이야기들로 꾸며지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독립출판물로 제작된 예술 서적은 현재의 이야기를 다루는 이 시대의 살아 있는 책들이라 훨씬 매력적이다. 얄라북스에서는 예술가들이 모여 소소한 세미나 등의 행사를 개최하고 책에 관해 얘기하는 시간을 자주 갖는다. 이와 더불어 디지털 프린팅이나 전시 기획, 도록 제작 등의 작업이 함께 이루어지는 공간인 만큼 언제나 이야깃거리가 풍성하다. 창경궁 옆 조용한 동네에 자리한 얄라북스, 이곳에 들어서면 깜찍한 강아지 한 마리가 손님을 맞는다. 좋은 음악과 예술 작품, 책들로 가득한 예술가의 작업실을 찾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얄라북스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문을 열며 일요일은 휴무다.
서울시 종로구 성균관로 3길 11, 지하 1층
02-745-3330
www.yallabooks.co.kr

책방 무사
고즈넉한 계동의 한 언덕길에 작은 서점이 하나 있다. 서점 앞의 작은 벤치에는 동네 할머니들이 앉아 시간을 보내는, 옛날로 치면 동네 복덕방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이곳은 가수 요조가 운영하는 서점 책방 무사로, 2015년 10월에 문을 열었다. 감성적인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큰 사랑을 받아온 요조가 직접 나와 앉아 있는 독특한 책방, 작디작은 서점 안은 마치 요조의 개인서가를 연상시킨다. 책방을 시작하겠다고 하자 주위의 누구도 자신을 응원해주지 않고 만류했다고 한다. 그래서 제발 무사하기만을 바라는 마음에서 지은 이름이 책방 무사다. 여전히 큰 수익이 나는 것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책방을 운영하면서 음악인이 아닌 책방 대표로 혹은 책에 관한 리뷰 등의 새로운 활동을 하게 된 주인장은 자신의 이런 경험들이 더없이 소중하고 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무사에 진열된 책들은 상당히 주관적인 취향에 의해 선정된 소설과 인문서적, 에세이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서가에 올려진 책들을 통해 주인장의 현재를 상상해볼 수 있다. 책방의 주 고객층은 요조를 만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과 요조로부터 책을 추천받기 위해 오는 사람들, 혹은 이 작은 공간을 좋아하게 된 사람들이다. 책방은 서점 활동 외에 ‘돈맥경화’, 즉 돈에 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서로를 위로하는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책방 무사는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문을 열며 요조의 음악 활동 스케줄상 부득이하게 문을 닫는 경우가 아니면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자세한 스케줄은 SNS을 통해 미리 공지된다. 얼마 전에는 1년 만에 출판등록을 마치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성공한 ‘이구아나’라는 이름의 동화책을 기획, 제작 중이다. 오래된 동네의 작은 서점, 우리가 좋아하는 가수 요조가 운영하는 책방은 곧 제주도로 이전할 예정이다. 지금 이 작은 행복이 감돌던 자리는 어떻게 변하게 될까? 서운한 마음이 든다.
서울시 종로구 창덕궁길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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