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상냥함의 이면,
소설가 정이현

에디터: 박소정
사진 제공: 김종우

상냥한 태도는 현대인들에게 일상이다. 오늘도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타인에게 깍듯하고 예의 바른 태도를 습관처럼 유지한다. 누구를 위한 것일까? 소설가 정이현은 『상냥한 폭력의 시대』에서 7개의 단편을 통해 상냥함 속에 숨겨진 폭력을 전한다. 아무런 태도도 취하지 않음으로써 특유의 태도를 완성해 불쾌함을 주는 박씨, 고집스럽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딸을 사랑하는 지원, ‘괜찮다’를 버릇처럼 달고 다니는 이를 쉬운 사람으로 대하는 경 등 소설 속 다양한 인물을 통해 상냥한 얼굴의 이면을 발견할 수 있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도시의 ‘오늘’ ‘여기’를 그려내는 작가에게 도시의 지난날과 오늘날, 그리고 사람들은 어떻게 변화했는지 물었다.

Chaeg: 오랜만에 단편집으로 돌아오셨는데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단편집은 2007년 이후 9년 만이에요. 그 사이에 장편 위주로 소설은 계속 썼어요. 총 장편 세 권과 짧은 소설 한 권을 냈는데, 원고량으로 보면 단편보다 좀 많은 것 같아요. 소설 쓰는 일 외에도 팟캐스트나 다른 매체를 통해 문학과 관련한 일도 꾸준히 해왔어요.

Chaeg: ‘상냥한 폭력의 시대’란 제목이 인상적인데요, 어떻게 나오게 됐나요?
원래 단편 ‘우리 안의 천사’를 소설집 제목으로 쓰려고 했어요. 여기에서 ‘우리’는 함께라는 의미와 동시에 동물을 가둬두는 곳을 뜻해요. 제목으로 괜찮을까 싶어서 인터넷에 검색해봤는데 카페 ‘엔젤리너스’에 대한 내용만 엄청 뜨더라고요.(웃음) 이외에도 관습적인 제목이라는 평이 꽤 있어서 출판사와 머리를 맞대고 다시 고민했죠. 그러다 우연히 ‘상냥한 폭력의 시대’라는 제목이 나왔어요. 단편에 나오는 인물들이 가진 상냥함과 동시에 숨겨진 폭력적인 성향을 잘 드러내는 것 같아서 이걸로 정했죠. 처음엔 말이 조금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일흔이 다 되신 저희 엄마도 단박에 그게 뭔지 잘 아신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상냥한 폭력이 별것 아니고 일상에서 숱하게 접한다는 거죠. 예를 들면 상대를 불쾌하게 할 의도는 없었지만 과하게 솔직한 말 혹은 자랑도 일종의 폭력으로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Chaeg: 이번 작품이 기존 소설에 비해 어둡고 날카로운 면이 두드러지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런 평이 꽤 있더라고요. 그런데 9년 전 단편소설집 『오늘의 거짓말』의 연장선상에서 보면 크게 바뀐 것 같지는 않아요. 원래 단편 소설에서는 좀 무겁게 다뤄질 만한 현실을 다뤄왔어요. 아마 제가 아이를 낳아 키우고, 40대가 되면서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다들 그렇게 물어보시는 것 같기도 해요. 개인적으로 저는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관심사나 소재를 찾는 곳이 넓어진 부분은 있겠지만, 저는 항상 한국 사회의 지금, 여기에 주목하고 있어요. 그렇게 본다면 10년 전에 비해 한국 사회가 크게 달라진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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