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분단이 만들어낸 조난자들,
저자 주승현

에디터: 이희조
사진: 신형덕

2003년 스물세 살의 나이로 25분 만에 휴전선을 넘어온 후 10년 만에 통일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는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주승현 통일학 박사. 화려한 성공담에 가까운 그의 삶은 어쩌면 탈북민이 남한 사회에 편입하기 위해 그만큼 악착같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현재 국내에 입국한 탈북민의 숫자는 약 3만 2천 명. 그들은 충분한 교육이나 보호장치 없이 한국의 초경쟁사회에 내던져진다. 하지만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가끔은 한없는 동정의 대상으로, 가끔은 한없는 매도의 대상으로 삼는 한국 사회의 배타성이다. 자유를 꿈꾸며 목숨 걸고 넘어온 이 땅에서 그들은 남과 북,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여전히 표류하며 살아간다. 그런 그들을 주승현 교수는 ‘조난자들’이라 부른다. 그의 책 『조난자들』은 자신을 포함해 분단 사회를 살아가는 수많은 조난자들에 관한 기록이다.

2014년에 통일학으로 박사학위를 따셨다고 들었습니다. 이후에는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부산에 내려가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에 1년 정도 있었어요. 교사로 있긴 했지만 아이들과 많이 놀고 저도 좀 쉬고 그랬죠. 그리고 올라와 명지대학교에서 시간 강사를 하다가 다시 전주에 있는 기전대에서 3년간 군사 교수로 있었어요. 그러다 올해 9월 인천대학교 동북아 초빙교수로 오게 되었죠. 부설연구원인 통일통합연구원에서 연구도 하고요.
비무장지대에서 북측 심리전 방송 요원으로 근무하다가 휴전선을 넘어오셨습니다. 책에서는 탈북하게 된 계기에 관해 짧게 설명하고 계시는데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탈북하기 얼마 전 아버지가 안 좋게 돌아가셨어요. 아버지가 계실 때는 출신 성분도 좋고 어려서부터 꿈이 직업군인이라 그쪽으로 준비하고 있었는데, 돌아가신 이후로 계속해서 학교가 보류되는 걸 보고 직감적으로 안 좋은 상황이라고 생각했죠. 워낙 제가 비무장지대에 오래 있었으니 남쪽에 대해 많이 안다고 생각했어요. 와보니까 전혀 그건 아니었는데,(웃음) 아무튼 그런 여러 가지 이유로 남쪽으로 가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죠.

비무장지대에서 탈북을 감행한 것도 아주 드문 케이스이고, 내려온 직후 남한군의 조사에 불응하며 단식하기도 하셨다고요. 저 같으면 무사히 내려왔다는 안도감에 하라는 대로 다 했을 것 같은데요.(웃음)
저도 하라는 대로 다 하긴 했는데요.(웃음) 비무장지대를 넘어오면서 남쪽 군인들이 옷을 벗으라는 거예요. 근데 그렇게 싫더라고요. 추워서가 아니라 자존심을 벗기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그쪽에서는 네 몸에 뭐가 있을지 모르니 방한복을 벗지 않으면 인도할 수 없다, 추격조가 붙었을지도 모른다고 했고, 그래도 저는 여기서 죽어도 되니까 벗지 않겠다고 했죠. 그렇게 실랑이하다가 급한데 뭐 하고 있는 거냐, 신변부터 확보하라고 해서 들어오게 됐죠. 그냥 마지막 자존심이었던 것 같아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자존심. 그것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 같기도 하고요.

주승현_조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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