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모르는 영역에 찾아온 작은 흔들림,
소설가 권여선

에디터: 김선주
사진: 신형덕

한 사람이 가진 세계의 크기가 얼마큼인지는 모르지만, 그 세계를 다 알기란 불가능하다. 그것은 자기 자신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누군가를 만나고 관계를 이어가는 일은 늘 어렵기만 하다. 아무리 친하고 가까운 사이여도 나의 세계와 겹치는 부분보다는 그렇지 않은 부분이 더 많다. 결국 태양을 만나지 못하는 달처럼 우리는 끝없이 서로의 뒷면을 모른 채 주변을 맴돌 뿐이다.
『모르는 영역』에서 서로의 영역을 모른 채 만나고 헤어지는 명덕과 다영처럼 말이다. 하나의 단편으로 돌아온 권여선 작가에게 우리가 모르는 영역에 있는 것들과 모르는 우리를 잠시 흔들고 간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최근 들어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최초의 순간에 관심 있으시다고 들었어요.
보통 자신이 인간관계를 맺는다는 인식이 있을 때부터 관계를 맺어왔다고 생각하잖아요. 초등학교 때부터 관계를 맺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요. 그런데 원초적으로 볼 때 그 이전에 관계의 원형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대하는 태도나 기질 같은 것들이 유년보다 더 어린 최초의 관계에서 굉장히 많이 결정되는 것 같았어요. 인간관계를 맺는 데 나는 왜 이런 면이 부족하고 불안한가 생각해보면 그런 것들이 어렸을 때 형성되었겠구나 싶은 거죠. 그건 고치기도 어려워요. 자기에게 그런 면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하는데 쉽진 않으니까요. 어느 순간에 너무 심한 관계 장애가 있을 때 문제를 돌아보면 자기 자신이 왜 그랬는지 그 기질을 알게 되는 거죠. 그렇게 관계의 원형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제가 어느새 가족 관계, 부녀 관계를 쓰고 있더라고요. 무엇이 쌓여서 이렇게 되었는가 그 사연을 풀어나가고, 같은 사건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게 다른데 그 편차들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생각하는 게 재밌었어요.

실제 작가님과 아버지와의 관계가 명덕과 다영의 관계와 어떤 점이 닮고 또 다른가요?
명덕과 다영의 이야기는 제 경험으로 쓰진 않았지만, 아버지와 거리감이 있는 딸이었다는 점은 닮았어요. 아버지가 선원이셔서 1년 동안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아버지가 손님 같았죠. 그래서 대화를 나눠본 적이 많이 없는데, 만약 제 경험을 좀 넣었으면 두 사람이 같이 술을 마셨을 거예요.(웃음) 같이 살아오지 않은 아버지와 딸이 만났을 때의 거리감, 서먹함이 있잖아요. 그런 서먹함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않으려는 딸, 그리고 젊은 사람들과 같이 있는 딸의 낯선 모습을 발견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어요. 둘 사이에 어떤 애매함이 깔려있는 거죠. 저와의 유비성은 크게 없어요.

2권여선광고

Please subscribe for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