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멀리 있는 세계를 제대로 바라보기를,
소설가 손보미
에디터: 김선주
사진: 신형덕
단편집 『그들에게 린디합을』에서 마치 별을 관찰하는 우주인의 시선으로 다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던 소설가 손보미가 첫 장편소설로 돌아왔다. 또 한번 다른 세계를 들여다보는 이 소설은 어딘가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사람들에게 다정한 편지를 보내는 듯하다. 세상이 무너진 것 같은 순간에도 누군가는 우리에게 노크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그냥 귀를 기울기만 하면 된다고 말이다. 조용히 들려오는 저마다의 삶과 기억들은 어느새 우리를 어두운 곳으로부터 한 발짝 꺼내줄 것이다. ‘디어’로 시작하는 편지 같은 손보미 작가의 친밀하고 따뜻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았다.
원래 2014년도인가 현대문학에서 같은 이름으로 단편을 썼었어요. 근데 단편은 조금 답답하더라고요. 더 많은 얘기를 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니까 언젠간 장편으로 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과거에 처음 장편 연재 제의가 들어왔었을 때는 제가 엄두가 안 나서 고사했어요. 근데 금방 다시 제의가 들어와서 2015년도에 장편으로 쓰게 됐죠. 저도 그렇게 빨리 쓰게 될 줄 몰랐어요.(웃음) 이 사람들에 대해 더 많이 얘기하고 싶었고 덕분에 헨리 카터나 섀넌 헤이스, 잭슨 여사 같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훨씬 더 많이 담을 수 있었어요.
처음에는 써놓은 단편이 있으니까 이걸 순서대로 늘리기만 하면 될 줄 알았어요. 당연한 얘기지만 막상 해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고요. 단편을 쓸 때보다 구성적인 측면에서 훨씬 더 애를 썼던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이야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쓰이면 그 순서가 별로 바뀌지 않아요. 혹시나 순서가 바뀌는 일이 가끔 생기더라도 비교적 쉽게 되는 편인데, 장편은 순서나 구성을 바꾸는 게 어려웠어요. 어떤 이야기를 어디에 배치해야 할지 그런 것들을 노트에 쓰면서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제가 대학생 때 랄프 로렌이 유행이었어요. 그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막내 동생이 랄프 로렌 더플코트를 사달라고 엄마 턱밑에서 엄청 졸랐어요. 학교에서 다들 입는데 자기만 안 입는 게 창피하다고요. 근데 저는 그게 신기했어요. 저도 동생이랑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는데 저 때는 유행에 민감한 고등학생 그런 게 별로 없었거든요.
그때 처음 랄프 로렌에 대해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랄프 로렌 컬렉션을 모으고 싶은데 하나가 없어서 완성하지 못하는 아이가 있으면 그 아이는 어떻게 할까, 그래서 그 아이가 그걸 만들어 달라고 편지를 쓰면 어떨까 하고요. 근데 그때는 소설이 뭔지, 어떻게 쓰는지를 모르니까 못 쓰겠더라고요. 그래서 묵혀두고 있다가 연재 제의를 받으면서 쓰게 된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