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 특별기획

둥근 지붕 아래, 환한 상상의 공간 스프링데일 도서관

에디터. 김경란 사진. © Nic Lehoux 자료제공. RDH Architects

브램튼(Brampton)은 캐나다 토론토 북서쪽에 위치한 교외 도시다. 2021년 기준 인구가 65만 6천 명에 이르며 캐나다 내 도시 성장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는데, 이는 캐나다 전체 인구구성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민자들의 영향이다. 약 234개 각기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지만, 아쉽게도 아직은 그 다채로운 문화 교류의 형상이 도시 외관으로 나타나고 있지 않다. 평평한 지형 위 널따란 주차장과 쇼핑센터가 자리를 차지하고, 연립주택이 행을 맞춰 서 있는 브램튼은 전형적인 북아메리카 교외 도시의 모습을 띤다. 이렇듯 다소 단조로운 풍경 속에 눈에 띄는, 밝고 산뜻한 건물이 하나 있다. 녹색 동산 아래 잠자고 있던 상상력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스프링데일 도서관(Springdale Library)이다.
동쪽으로는 상업시설, 남쪽엔 간선도로, 북쪽과 서쪽에는 협곡이 자리한 대지 위에 위치한 스프링데일 도서관은 독특한 삼각형 형태를 띠고 있다. 설계를 맡은 토론토의 RDH Architects 건축사무소는 주변 지형과 건물의 조화로움을 고려한 디자인을 꾀했다. ‘모두를 위한 공공도서관’이라는 목표 아래, 건축사는 가능한 한 도로변에 가깝도록 건물을 설계해 걸어서 방문하는 시민들의 편리함과 접근성을 고려했다. 동시에 북쪽 공간을 최적화해 주차장과 승하차 공간을 확보하고, 도서관의 북쪽과 서쪽을 둘러싼 협곡을 조망할 수 있는 공원과 정원까지 조성해냈다.
유리와 철재로 만들어진 건물 지붕 위에는 작은 녹색 동산이 솟아 있다. 이 같은 건물의 굴곡은 납작한 토지와 대비되는 새로운 지형으로 읽히면서도 기존의 주변 경관과 유기적으로 어우러진다. 또한 지상의 계단식 ‘사색 정원(contemplative gardens)’과 긴 공간에 담긴 얕은 물이 건물을 ‘반사’ 혹은 ‘반영’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풀장(reflective pool)은 도서관 전체를 감각적으로 휘감으며 방문객의 발걸음이 내부로 유유히 흐를 수 있도록 안내한다.
동산 아래 가지런히 세워진 통유리창들은 콘크리트와 잔디를 가로질러 대각선으로 뻗어 가고, 그 위의 촘촘한 세로 패턴은 햇살에 반짝이며 창 너머의 공간을 커튼처럼 들추고 감춘다. 창문의 줄무늬는 특수 제작된 세라믹 프릿frit 패턴이다. 빛 투과율을 제어하고 태양열 흡수를 줄이는 이 패턴은 창을 따라 흰색에서 어두운 회색까지 햇빛의 방향에 맞춰 각기 다른 너비로 설치되어 있다. 얇은 스테인리스 기둥들과 합쳐져 벽을 장식하고, 여기에 붙어있는 LED 조명은 밤에도 건물을 비춰준다. 이 패턴은 기능적으로도 유용하나, 미적으로도 나름의 역할을 한다. 숲속 나무들 같기도 하고, 넘겨진 책장 같기도 한 무늬는 도서관의 외관을 근사하게 꾸며준다.
도서관 내부는 크게 공공 다목적실과 열람실로 나눌 수 있다. 도로를 마주하는 도서관의 남쪽이 열람실, 북쪽 모서리 쪽이 공공 다목적실로 활용되고 있다. 주차장이 위치한 동쪽 입구를 통해 건물에 들어서면 오른편으로 공공 다목적실이 나오고, 왼편의 둥근 안내데스크 쪽으로 돌아 몇 걸음만 나아가면 바로 건물 내부가 환히 드러난다. 높은 천장과 통유리창, 그리고 투명한 유리 칸막이로 모든 곳이 들여다보이는 덕에 각 공간이 한데 이어져 있는 듯한 유기적인 흐름이 느껴진다. 노란색과 연두색 가구에 앉아 독서하는 사람들이 보이는 곳이 바로 열람실이다.
정면 위로 굴곡이 지며 둥글게 솟아오르는 열람실 천장을 보면 이곳이 바로 동산 아래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오쿨루스(oculus)라고 불리는 이 구조는 동산의 정상부에 위치한 창을 통해 햇빛을 들이고, 석고보드를 활용해 시공된 벽은 소음과 건물내의 빛 퍼짐을 조절한다. 그 안에 설치된 작고 동그란 조명들은 마치 우주의 행성들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위에서 내리는 빛은 하얀 천장에 반사되어 내부를 은은하게 비추고, 그 특유의 화사함이 집중력과 안정감을 선사한다.
September22_SpecialReport_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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