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네 컷 안에 담긴 소소한 행복,
만화가 배성태

에디터: 김선주
사진: 신형덕

살면서 문득 만나게 되는 소중한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을 때가 있다. 어제와 같은 하루에도, 별것 아닌 대화에도 행복은 조용히 숨어있다가 어느 순간 눈앞에 나타난다. 결혼 3년 차인 배성태 작가는 그런 순간들을 기록하고자 그림을 그렸다. 그에게 아내는 함께하는 모든 시간이 즐거운 사람, 기억하고 싶은 소중한 행복을 끝없이 안겨주는 사람, 아무리 생각해봐도 좋은 사람이다. 사랑스러운 두 고양이 망고와 젤리까지, 네 가족의 평범한 일상은 어쩐지 우리의 이야기와 닮아있어 더욱 따뜻하게 다가온다.

『구름 껴도 맑음』에 이어 『오늘도 네가 좋아』로 또 한 번 아내분과의 달콤한 일상을 그려 많은 호응을 받고 있어요. 책을 본 아내분의 반응은 어땠나요?
사실 아내가 제 그림에 그렇게 관심이 많은 편이 아니에요. 사람들의 호응에도 일희일비하지 않고요. 그래도 관심을 안 가지고 있는 것 같다가도 막상 물어보면 이미 다 알고 있더라고요.

프롤로그를 통해 만화에 대한 어려움과 포기가 있었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번 첫 만화책을 마치면서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만화를 좋아했어요. 『원피스』처럼 동료를 찾고 여행을 하고 어린이들에게 꿈과 용기를 실어주는 스토리가 매우 재밌었어요. 캐릭터만 갖다 놔도 이야기가 절로 풀어지잖아요. 그렇게 좋아하다 보니 반에서 선생님 얼굴을 그리곤 했는데 친구들 반응이 좋으니까 만화 같은 것들을 그리기 시작했죠. 그런데 만화를 전공하고 졸업 작품을 하려고 보니까 그동안 제가 담아내고 싶은 이야기에 대해 생각을 안 해봤던 거예요. 후회도 많이 하고 ‘재능이 없구나’ 싶었어요. 회사생활 하면서 일러스트를 작업했는데 잘 맞지 않아서 나오게 됐고, 아내와 결혼하면서부터 다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동안 아내와의 이야기를 한 컷으로 많이 그렸는데, 조금씩 그려온 네 컷 만화를 모은 ‘만화책’을 내면서 용기가 생긴 것 같아요. 만화를 안 하려고 했는데 조금씩 두 컷 네 컷 그리게 되고, 지금은 웹툰도 그리고 있어요. 저도 모르게 자꾸 만화 쪽으로 가려고 하는 것 같아요. 풀고 싶은 이야기가 전혀 없었는데, 이제는 아내 덕분에 풀 수 있는 이야기가 자꾸 생기니까요.

이번 책을 통해 한 컷짜리 일러스트에서 네 컷 만화로 변화를 주셨는데, 작업하면서 어떤 점이 달랐나요?
일러스트보다는 만화가 훨씬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일러스트는 한정된 공간 안에 내가 표현하고 싶은 걸 담아야 하기 때문에 정제해야 해요. 머릿속에서 떠올라도 한 번 더 생각하고 함축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반면 만화는 떠오르면 바로 쭉쭉 그려나갈 수 있어요.
결과적으로 분량이 조금 더 많았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있어요. 제가 준비된 게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이번에 글도 많이 더했는데, 분량이 많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생각보다 빨리 읽히더라고요. 앞으로 그림을 늘려야 할지, 더 연습해서 글을 늘려야 할지 고민이에요. SNS에서 활동하다 보니까 글을 길게 적는 것보다는 짧게 전달해야 반응이 좋아서 계속 그렇게 써오다 보니 긴 글을 잘 못 쓰겠더라고요. 개인 계정에는 길게도 많이 쓰는데, 길게 쓰고 싶은 욕구는 그쪽에 푸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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