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 특별기획

꿈을 띄워 올리는 책 천국 오오디 헬싱키 중앙 도서관

에디터. 김경란 사진. © Tuomas Uusheimo © Iwan Baan 자료제공. ALA Architects

핀란드는 독해력이 높은 국가로 평가된다. 2016년 미국의한 학자는 핀란드가 전 세계에서 가장 학식이 높은 나라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는 문맹률과 평균 독서량은 물론, 도서관 규모와 수, 신문 독자층과 같은 범주에서 약 200개 국가와 핀란드를 비교 분석해 이르게 된 결론이다. 책을 가까이하는 국가가 되기까지 핀란드 시민들의 지적 호기심이 물론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인구 전체의 독해력을 높이는 데엔 국가의 제도적 지원이 큰 몫을 했다. 핀란드 내 모든 지자체는 공공 도서관 확보를 필수로 하며, 도서관 이용은법으로 제정된 핀란드 시민의 권리이다. 망명 신청자가 핀란드에 머물 수 있는 허가를 받자마자 얻는 것이 도서관 카드일 정도로 도서관은 핀란드 생활과 문화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핀란드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정부가 시민을 위해 준비한 선물 역시 도서관이었다. 2018년 12월,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 문을 연 오오디 중앙 도서관은 평화로운 독서 환경에 더없이 완벽한, 시민들을 위한 ‘책 천국’이다.
오오디 중앙 도서관은 헬싱키 중심부에서 아주 상징적인 위치에 터를 잡고 있다. 주요 시민 기관으로 둘러싸인 만남의 장소 칸살라이스토리 광장Kansalaistori Square 부지에서 의회 건물인 에두스쿤타탈로Eduskuntatalo를 마주 보고 있는데, 이곳은 정부와 시민 간의 관계를 상징하는 동시에 핀란드 도서관법을 상기시키기 위해 선택된 장소이다. 핀란드 도서관법은 공공 도서관이 시민들과 지역공동체의 삶에 있어 평생 학습, 능동적인 시민 의식,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증진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앞서 언급했던 지자체의 공공 도서관 필수요건과 시민의 공공 도서관 이용 권리 역시 함께 제정되어있다. 다시 말해 오오디 중앙도서관은 의회 계단을 오르고 내리는 정치인들의 움직임을 응시하며 시민들의 활발한 문화·지적 생활을 대표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각종 음악 센터, 미술관과 박물관이 자리해 도심 문화의 중심부가 된 시내 한가운데에 도서관의 등장은 기존의 역할을 더욱 강화하는 효과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핀란드산 가문비나무와 유리 재료를 사용한 건물 외관은 말끔한 인상을 주고, 건물 안으로 이어지는 아치형 목재 입구 처마는 사람들을 광장에서부터 불러오는 듯한 넉넉한 모습을 하고 있다. 약 1만 7천 제곱미터 크기의 이 거대한 도서관은 총 3층짜리 건물로 지어졌다. 서가는 가장 꼭대기 층에 위치하고 있으며, 나머지 두 층은 각각 다른 공간으로 활용된다. 넓은 로비로 사용되는 지상층은 전시나 강연을 위한 다목적실과 영화관, 레스토랑, 카페 등 활동적인 공간이 들어서 있다. 2층은 워크샵과 실습을 위한 학습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이곳은 특히 다양한 창조적 활동을 위해 공간을 세분했는데, 여기에는 녹음실, 피아노, 드럼과 음악 관련 소프트웨어가 구비된 스튜디오, 촬영과 녹화를 위한 스튜디오, 공동 부엌, 그리고 재봉틀, 레이저 절단기, 3D프린터 등 각종 수작업을 위한 장비가 제공된 공간까지, 다채로운 활동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이곳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문객의 모습과 책상 혹은 회의실에서 자유롭게 작업에 임하는 무리들을 보고 있으면, 도서관이 아니라 어느 대학교 캠퍼스에 와 있는 것만 같은 활발한 기운이 느껴진다.
분주한 분위기의 2층을 벗어나 3층으로 오르면 마침내 서가가 등장한다. 도서관의 최상층인 이곳은 ‘책 천국’이라고 불리는데, 탁월한 명칭이다. 약 100,000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어린이 서가도 포함된다. 책 천국으로 오르는 에스컬레이터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것은 구름이 드리운 듯 굴곡진 하얀 천장이다. 넓은 간격으로 군데군데 설치된 하얀 조명이 사방의 유리창 사이로 들어오는 자연광과 함께 공간을 환하게 비추고, 창밖으로 내려다 보이는 헬싱키 시내 풍경은 정말 하늘 위에 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벽이나 경계 없이확 트인 공간과 가지런히 세워진 낮고 하얀 서가들 사이로 우뚝서 있는 나무들, 그리고 공간 양 끝에 솟아난 오르막 언덕 위에서 조용히 독서를 하거나 따스한 햇살 아래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 이런 요소들의 조합을 보고 있노라면 ‘천상계’와 ‘신선놀음’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도서관 건축 기획 단계에서 관계자들은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집했다. 이때 그들이 시민들에게 물은 것은 다름 아닌‘꿈’에 대해서였다. 일례로 어린이 서재 뒤쪽에는 구연동화와 소리 내어 책 읽기 활동을 위한 스토리텔링 룸이 설계되었다. 이는 도서관 관계자들이 시민들의 희망 사항을 직접적으로 충족 시켜준 결과인 동시에 시민들이 꿈꾸는 미래의 모습을 실제로 구현해낸 것이기도 하다. 오오디 중앙 도서관의 진정한 역할은 특정 도구들과 공간이 필요했던 사람들의 바람을 실현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도전과 시도를 위한 기회를 제공하는 데에 있다. 시민들이 오래도록 간직해온 꿈과 새로이 발견될 가능성을 품은 꿈 모두를 아낌없이 지원하는 바탕에는, 개인의 자유와 개성에 대한 존중이 존재한다. 이것이야말로 책 천국을 천국답게 만드는 핵심 요소이지 않을까?
도서관 정보 Helsinki Central Library Oodi Töölönlahdenkatu 4, 00100 Helsinki, Finland
December22_SpecialReport_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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