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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마단 사람들

에디터: 유대란
사진: 오진령

한 그네에서 다음 그네로 날렵하게 이동하는 공중 곡예사의 몸짓을 본 적이 있는가. 그 아슬아슬한 순간 우리의 시선과 마음은 온통 그의 것이 된다. 시간이 멈춘 듯한 짧은 찰나는 평생 갈 인상을 남긴다. 쇼이지만 가장이나 눈속임이 없는 쇼, 중력이라는 천적과 공조해야 하는 드라마, 주저하는 사이 떠나버리는 연희, 서커스다. 사진작가 오진령의 『곡마단 사람들』은 서커스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들여다본 이의 기록이다.

사진작가 오진령은 1997년부터 6년 동안 동춘서커스단을 따라 다니며 사진 촬영을 했다. 서커스와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사진을 찍기 위해 따라다닌 것이 아니라 서커스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어서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모든 관계 맺기가 그렇듯 거리를 좁히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사람들이 곡예사를 바라보는 낯설고 호기심 가득한 시선은, 곡예사들이 서커스 밖의 사람들을 바라보는 이질적인 시선과 다르지 않았다. 그녀 역시 그들에게 이방인이었다. 하지만 카메라가 그들에게 한발 다가갈 수 있는 도구가 되어주었다. 물론 사진을 찍고 싶은 욕망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서커스 자체에 매혹된 게 먼저였다.

우연이 긴 인연의 시작이었다. 고등학교 때 독일어 선생님이 어떤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 스크랩한 신문 조각을 건넸는데, 뒷면에 동춘서커스의 광고가 실려 있었다. 작가는 4월 어린이대공원에서 공연이 열린다는 광고를 보고 무작정 찾아갔다.

“공연을 봤는데 그들이 너무 궁금한 거예요. 저는 원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에 호기심이 많았어요. 천막 뒤에서 어슬렁거리기도 해보고, 다음 공연은 언제 하냐고 묻고 쫓아다니게 됐어요.”

천막 주변을 서성이다가 사람들이 여기저기 뚫어놓은 작은 구멍들을 발견했다. 절대 비싸지 않은 입장료지만, 굳이 안 내고 구멍을 뚫어서 사람들이 봤다는 사실에 사로잡혔다.

“얼마 안 하는 돈을 안 내고 구멍을 뚫어서 봤다는 거죠. 그 구멍으로 바라보는 재미…. 어떻게 보면 카메라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이치와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요? 통로가 생기는 거잖아요. 그 통로로 바라보는 세계가 마법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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