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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 별들과 나무들이 빛나는 밤

에디터. 지은경, 세바스티안 슈티제 Sebastian Schutyser 사진. 베스 문 © Beth Moon

전 세계의 밤하늘은 점점 더 밝아지고 있다. 인공조명에 오염되지 않은 밤하늘을 보호하는 일은 오랜 세월 홀로 지내온 나무들을 보호하는 것과 같다. 베스 문은 어두운 밤하늘이 보기 드물게잘 보존된 곳에서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하여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매우 희미한, 그러나 풍부한 색조를 이루는 별들과 성운, 그리고 은하수의 별자리들을 찾아낸다.
이 놀라운 사진들은 나무의 성장에 따른 천체의 움직임과 별의 사이클을 연결하는 매혹적인 과학 연구 결과들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우선, 에든버러 대학의 연구자들은 고도의 우주 방사선이 지표면에 도달하게 되면 나무가 더 빨리 자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리고 이 우주 방사선은 나무의 성장에 있어 연평균 기온이나 강우량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내렸다. 두 번째로, 저명한 학자 로렌스 에드워즈Lawrence Edwards는 겨울철 동안 달과 행성들의 규칙적인 주기가 나무에 돋는 새싹의 모양과 크기를 리드미컬하게 변화시켰음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떡갈나무나 졸참나무와 같은 오크 계열의 나무들은 화성으로부터, 너도밤나무는 토성, 자작나무는 금성의 움직임에 따라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흥미롭게도 에드워즈는 인류가 사용하는 전력선이 이와 같은 행성으로부터의 영향을 크게 방해한다는 사실 또한 밝혀냈다. 이러한 통찰은 자연계에서 벌어지는 연결, 관계의 패턴을 잘 보여주고 있다. 서로 간의 연결고리를 찾지 않고서 단일 현상만을 조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주의 기운이 모든 생명체에게 어떻게든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상당히 일리가 있는 말로 여겨진다. 이 같은 연구 결과들은 베스 문의 새로운 작업 ‘다이아몬드의 밤’ 시리즈의 영감이 되었다. 초기 작업과 마찬가지로 그녀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를 계속해서 기록하고 있지만, 이제는 어둠의 시간이 드리워진 별빛 아래에서 촬영을 한다. 이 사진 작업에 있어서 긴 노출 시간은 나무의 나이를 상기시킨다. 나무의 나이는 우리의 관점에서 볼 때 상당히 긴 시간이지만 그 위에 떠 있는 별의 나이와 비교하면 찰나에 불과하다. 야생과 인류의 관계는 베스 문의 작업에서 항상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천상의 사파리’라고 부르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남아프리카로 처음 여행을 떠났을 때 그녀는 눈부신 별빛 아래에서 잠시 말문을 잃고 말았다. 보츠와나 북부의 매마른 사바나 한 가운데 있는 막가디카디 팬Makgadikgadi pans에 밤이 내리면 거대한 나무 한 그루는 남청색의 하늘을 굳건한 자태로 응시한다. 그 반대편으로 지구의 그림자가 떠오르면 우주의 광대함이 그 위로 놓이는데, 수평선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뻗은 은하수가 서서히 그 찬란한 모습을 드러낸다. 이때 나무는 지구 에너지와 항성 에너지를 감지하는 안테나와도 같다. 무수한 별들이 엄청난 빛을 내며 머리 위로 타올라 녹아들면 과학과 예술은 비로소 하나의 몸이 된다. 대부분의 사진촬영은 문명과 조명 공해와는 거리가 먼 남반구에 위치한 보츠와나와 나미비아, 남아프리카 등에서 이루어졌다. 한쪽으로 기운 거대한 바오밥 나무들과 초현실적인 알로에 디코토마 나무들이 이 사진 작업에 주로 등장하는데, 이들의 이름 역시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에 지어진 별자리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다른 나라의 다른 장소에서 적절한 수준의 대기 선명도를 가진 어두운 곳을 찾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야생의 장소’라 여기는 곳들조차 어둠을 압도하는 인근 도시의 불빛으로 인해 조명 공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별을 길 잡이 삼아 인류의 운명을 읽어왔다고 한들, 만약 더 이상 별을 마음껏 바라볼 수 없게 된다면 우리는 황량한 운명의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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