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ic : 이달의 화제

개와 인간 Dog & Human

에디터: 박소정, 김선주, 박중현, 김지영

‘반려견’이 ‘애완견’이란 용어를 대체하며 대중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개와 인간이 함께 동고동락하며 우정을 나누기 시작한 것은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철학자 키케로는 개를 두고 ‘네 발을 지닌 인간의 친구이자 인간의 즐거움과 번영을 위해 탄생한 자연의 선물’이라 칭송하며 개와 인간의 뿌리 깊은 역사를 시사하기도 했다. 수많은 동물 중 단연 독보적인 사랑과 신뢰를 받는 개가 오랜 시간 인류와 함께 걸어올 수 있었던 과정과 오늘날 어떤 존재로 공동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개와 인간의 시간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 1,000만 명이 넘어섰다. 다섯 명 중 한 명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이 중 가장 흔한 동물은 바로 개로 압도적인 수를 자랑한다. 이들에 대한 관심을 증명하듯 최근 유치원, 호텔, 행동교정센터까지 개를 위한 산업 분야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세상이 좋아져서’ 개와 한 지붕 아래 살게 됐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개와 인간이 함께 지내기 시작한 것은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의 대표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따르면 개는 약 1만 5천 년 전 동아시아에서 인간이 늑대를 길들여 키우던 과정 중 생겨난 종이라고 한다. 실제로 늑대와 개의 유전자는 99% 이상 일치해 늑대가 개의 조상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수렵채집생활을 하던 시대부터 인간이 있던 곳에는 늘 늑대가 있었다. 사회구조와 생활환경이 비슷하고 먹이사슬 내에서 경쟁자였기 때문이다. 먹이를 둘러싸고 보이지 않는 팽팽한 대립을 해오던 두 종 사이에서 한 발 먼저 나선 것은 인간이었다. 이들은 늑대가 뛰어난 후각과 민첩함을 바탕으로 사냥 실력이 우수한 것을 파악하고 일찍이 그들과 경쟁하는 대신 길들이는 방법을 택했다. 무리 중 사람을 잘 따르는 늑대들을 골라 조금씩 길들이고 번식시켜 새끼 때부터 키우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 개의 탄생이다. 인간이 길들인 최초의 가축인 개는 이때부터 사냥을 도우며 인간과 함께 성장하기 시작했고 고대 그리스 시대를 지나면서 사냥 이외에도 인간의 경호원, 집배원과 같이 다양한 역할을 맡으며 인간과 부쩍 가까워졌다.

숭배하거나 부정하거나
“역사를 통틀어 세계의 지배 계층은 예외 없이 애완동물에 대한 강한 애정을 보여왔다.”
—제임스 서펠

동서를 막론하고 역사적으로 개를 기르는 것은 상류층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스러운 취미였다. 개를 계급을 과시하려는 측면으로 이용한 경우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어지러운 정세 속에서 유일하게 마음 놓고 지낼 수 있는 친구로 여긴 것이다. 실제로 로마의 황제 하드리아누스부터 한나라의 영제, 일본의 쓰나요시,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까지 수많은 군주가 반려견을 애지중지해온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중 영제의 경우 궁궐 안에 있는 모든 개에게 직위를 하사하고 개별 경호원을 붙여 주기도 했다. 또한 17세기 일본을 이끌었던 쓰나요시의 경우 개를 10만 마리 이상 기르며 모든 개에게 정중한 말투를 사용하라는 웃지 못할 법령을 제정하기도 했다. 이처럼 상류층이 반려견을 키우는 것을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이는 한편 일반인에게는 전혀 다른 시선이 주어졌다. 중세 유럽의 경우 일반인이 개를 기르는 것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며 실제로 개를 소유하는 것에 제재를 가하기도 했다. 이런 배경에는 대표적으로 기독교 교회의 우상숭배 문제가 걸려있었다. 그 때문에 개를 비롯한 애완동물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경계하며 이런 이들을 두고 이교도 혹은 마녀라며 탄압했다. 이후 애완견을 바라보는 시각이 관대해진 것은 18세기로 당시 중산층에서도 애완견을 키우는 경우가 점점 늘어났다. 허나 이런 시선은 어디까지나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계층에만 해당된 것으로 근세까지 꽤 오랫동안 하류계층에서 개를 키우는 것은 사치로 인식되곤 했다.

December2017_Topic_04

Please subscribe for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