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las of Life : 삶의 아틀라스

Strangers in the Light

에디터: 지은경
사진: 카트린느 발레 © Catherine Balet
코디네이터: 세바스티안 슈티제 Sebastian Schutyser

어느 여름밤, 젊은 남녀가 바닷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잔잔한 바닷물결은 아름다운 보름달의 빛을 흠뻑 내려받아 반짝거린다. 더운 공기 사이사이를 파고드는 미풍이 기분 좋은 밤이다. 연인으로 보이는 두 남녀는 서로를 응시하지 않는다. 아름다운 배경에 둘러싸여 둘만의 행복한 순간을 음미하지도 않는다. 남자는 모래 위에 앉아 노트북을 무릎 위에 놓고 화면을 골똘히 바라보고 있으며, 여자는 남자의 등에 다리를 기대고 서서 휴대폰으로 자신의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 디지털 기계 속에서 발사되는 강한 빛으로 물든, 고요한 평화가 깃든 그들의 얼굴. 이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테크놀로지와 로맨티시즘이 만나고 미래와 과거가 만나며 기계의 시퍼런 불빛과 자연의 따스한 황금색 빛이 뒤섞인다.

임시적이고 텅 빈, 익명의 것들과 연결되는 통제 불가능한 디지털의 세상. 이제 우리는 물리적인 노력을 가하지 않고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맥의 경치를 바라볼 수 있고 대서양이 가로막은 먼 거리에서도 상대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어디 그뿐이랴. 미디어를 통해 사생활을 낱낱이 공개하고 심지어는 교회에서도 하지 않는 고해성사를 SNS를 통해 쏟아낸다. 어떤 획을 긋는 중요한 순간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대신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대고 그 작은 화면을 통해 놀라운 상황을 보려 한다. 이제 디지털의 푸른빛은 우리 삶의 일부다. 세상은 더욱 빨라졌고 놀라운 기술들이 매일 탄생한다. 우리는 눈앞에 펼쳐진 세상 대신 기계 속 세상에 집중한다. 신체를 잃어버린 상황, 사진, 음악, 책, 우정과 사랑. 그 모든 것들이 작고 얇은 기계 속에 들어 있다. 영혼을 잃은 빈 신체는 자신의 영혼과 만나기 위해 오늘도 기계를 작동시킨다. 우리는 단 한 번도 디지털로 물든 우리의 실체를 아름답다 여긴 적이 없다. 우리의 시선은 오로지 기계 속 세상만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진작가 카트린느 발레는 지금 우리의 모습 또한 나름의 미와 이야기들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신속하고 정밀한 기계들의 힘으로 사는 우리의 모습은 매력적이고 효과적이지만 동시에 역설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수많은 질문을 하게 한다. 그리고 어떻게 어제의 시간이 내일의 시간과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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