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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릿한 그 날의 기억에 색을 더하다
6.25

에디터: 박소정, 사진: ⓒ John Rich

우리는 어떤 것을 잊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본다. 새로운 것을 찾아나서고, 평소에 미뤄두었던 일들을 찾아 해결하고, 몸이 한계에 부닥칠 때까지 달려본다. 이런 각고의 노력 끝에 기억은 서서히 흐려져간다. 결국 시간 싸움이다. 축복이라고도 일컬어지는 인간의 망각 기능은 이렇게 시간을 자양분 삼아 작용한다. 하지만 우리는 오랜 세월이 흘러 잊어선 안 될 것들까지 잊어버리곤 한다. 고요하던 새벽녘 비극의 총성이 울려 퍼지던 65년 전 그날이 그렇다. 온몸으로 잔혹한 세월을 겪은 이들에게는 세월에 흐려져가는 기억일 수도 있고, 역사 속 이야기로 접한 이들에게는 아직 가슴 깊은 곳까지 닿지 못한 이야기로 남아 있을 수도 있다. 여기 한 남자가 남긴 생생한 기록이 우리의 기억을 불러낸다. 한국전쟁의 처음과 끝을 함께한 존 리치(John Rich)가 남긴 사진 속에 우리가 잊어가던 혹은 잘 몰랐던 그 날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우리가 흔히 보아오던 어두컴컴한 전쟁의 모습이 아닌 전쟁 속에서도 굳건히 삶을 살아내던 찬란한 표정은 우리에게 아직도 유효한 메시지를 건넨다.

잊혀져가는 그 날의 기억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전쟁, 북한에서는 조선전쟁 그리고 미국에서는 잊혀진 전쟁 혹은 알려지지 않은 전쟁이라고 불린다. 전쟁이 발발한 지 반세기를 훌쩍 넘겼지만 아직까지 휴전 중으로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되는 탓일까, 오늘날까지 각 나라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6.25는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그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6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경 북한이 3주 안에 남한을 점령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기습적으로 남한에 침입했다. 6개월 전 미국의 국무부장관이 안심하고 남한을 아시아 방어선에서 제외했던 터라 주둔하고 있던 미군이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무방비 상태에서 남한은 속절없이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무렵 미국의 워싱턴에서는 북한의 침략을 두고 소련의 명령에 의해 앞잡이 역할을 한 것인지, 아니면 공산주의자들이 일으키는 세계전쟁의 서막인지 알아내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었다. 결국 논의 끝에 UN의 결의에 따라 미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 21개국이 참전하면서 전쟁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6.25는 처음의 계획인 3주가 아닌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전까지 3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이어졌다.
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쟁에 꼽히는 한국전쟁은 공식적인 사망자만 해도 약 150만 명에 이르며, 부상자는 360만 명이 넘었다. 전 국토는 차마 피해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어 복구에도 큰 애를 먹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1968년 청와대 습격사건부터 최근인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 등 과거의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란 사실이다. 또한 역사학적으로도 전쟁이 왜 일어난 것인지, 앞으로의 전쟁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등 크고 작은 논쟁이 빈번히 화두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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