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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2019

타임루프 + 이세계,환상의 조합

Editor. 김지영

주말이면 한가로이 만화방으로 향한다.
사람들이 제각기 짝지어 다니는 거리를 샌들에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안경까지 장착하고 걷고 있노라면 자유롭기 짝이 없다.

『Re: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나가츠키 탓페이 지음
영상출판미디어

최근 넷플릭스에서 ‘시간’을 소재로 한 세계 여러 작품을 찾아보고 있다. 시간은 철학자들이 무척 좋아하는 논제인 만큼 그 의미와 쓰임은 무척이나 다양하다. 이 때문에 시간은 영화나 애니메이션, 소설 등에서 자주 애용하는 소재가 됐다. 시간을 빼앗거나 사고파는 행위는 물론이고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등 꽤 많은 유명 작품이 시간을 소재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낸다. 생일날 누군가에게 살해 당하면 다시 생일날 아침으로 소환되는 <해피 데스 데이>, 외계 종족의 침략으로 인류 멸망이라는 끔찍한 순간을 반복하는 <앳지 오브 투모로우>, 어느 날 갑자기 타임 루프 능력을 얻게 된 소녀에게 벌어지는 소동을 다룬 <시간을 달리는 소녀> 등 누구나 알법한 작품들도 타임 루프를 다뤘다.
나를 포함해 꽤 많은 사람이 불가능에 열광한다. 그래서 ‘해리포터’ 시리즈나 ‘반지의 제왕’ 시리즈 같은 불가능을 가능케 한 작가의 탄탄한 세계관에 대중은 열렬한 환호와 지지를 보낸다.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라이트 노벨, 만화에서도 이와 비슷한 세계관이 있다. 이세계다. 일본의 만화, 라이트노벨, 애니메이션, 컴퓨터 게임 속 허구의 세계를 ‘이세계(異世界)’라고 부르는데, 쉽게 말해 마법이나 무기를 다루는 마법사와 용사가 존재하고 인간이 아닌 거인족이나 도마뱀, 슬라임, 요정 등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세계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세계 이야기는 대체로 주인공이 다른 세계로 전이, 환생, 이동하면서 벌어지는 모험을 다룬다.
현재 인간에게는 불가능한(타임머신이 개발되면 미래에는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거나 일정 시간을 반복하는 일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라이트노벨과 만화에서 그리는 ‘이세계’와 ‘타임 루프’가 결합하면 어떤 작품이 나올까?
『Re: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이하 리 제로)』은 편의점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이세계로 소환된 히키코모리 고교생 나츠키 스바루가 은발의 미소녀 에밀리아를 만나면서 그녀를 지키기 위해 ‘사망 귀환’ 능력을 발휘해 시련을 이겨내는 모험담을 담고 있다. 이세계와 타임 루프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이 여행은 일본의 인터넷 소설 투고 사이트인 ‘설가가 되자’에서 2012년 연재를 시작해 『소드 아트 온라인』 『로그 호라이즌』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같은 인기 작품들을 제치고 상위권에 올라 독자들의 흥미를 증명했다. 대체로 이세계로 소환되거나 전이되는 작품에서는 주인공이 죽음의 위험으로부터 자신과 동료를 지키기 위해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곤 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주인공 스바루도 죽고 스바루가 지키려 했던 에밀리아도 죽는다. 그냥 다 죽는다. 이때 스바루의 유일한 능력인 사망 귀환이 발동해 그전까지의 모든 스토리가 사라지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다.
인간이 감정의 밑바닥을 드러내는 ‘죽음’과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이야기의 시작’을 교환하는 주인공 스바루의 능력은 컴퓨터 게임과 닮았다. 게임에서는 캐릭터가 죽으면 특정 시간 혹은 특정 스토리 상황으로 돌아가 그 후에 일어나는 다양한 이벤트를 다시 수행해야 하는데, 스바루의 능력이 딱 그렇다. 다만, 감정이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가상의 캐릭터와 달리 스바루는 죽음의 순간에 느끼는 공포, 고통, 두려움 등을 온몸으로 기억하는 인간이기 때문에 작품에서 보이는 감정의 변화가 더욱더 절절하게 다가온다.
이세계는 인간이 가지는 판타지의 결정체다. 한 번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아닌 인간과 다른 종족이 어울려 사는세계를 상상한 적이 있다면, 이세계가 바로 그 상상력이 모이고 모여 탄생한 거대한 세계관이다. 라이트노벨, 만화에서는이미 이세계를 현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로 통칭하고 하나의세계관으로 인정해 여러 작품이 공유한다. 그러니 이세계가궁금하다면 다른 작품보다는 『리 제로』를 선뜻 추천한다. 『리제로』는 지금도 완결이 나지 않은 연재물이다. 최근 애니메이션 2기 제작 소식이 들려오면서 다시 한번 주목받기 시작했다.라이트노벨에서 만화로, 만화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리 제로』의 이야기는 계속 다양한 콘텐츠로 제작되고 있다. 그러니 라이트노벨이고 만화고 애니메이션이고 간에 가장 접하기 쉬운방법을 통해 접근해볼 수 있다. 한번 발 담그면 쉽게 빠져나오지 못할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