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October, 2016

혼자라도 괜찮아, 딴짓.

Editor. 김지영

『딴짓하기 좋은 날』 스기우라 사야카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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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 전, 필요한 물건을 가방에 넣다 보면 나는 꼭 책 앞에서 망설인다. 안경, 화장품, 지갑, 노트북 등을 챙기고 나면 어느덧 무거워진 가방 탓이다. 버스나 전철을 타고 이동하는 시간을 이용해 책을 읽으면 좋으련만 가방이 더 무거워지는 게 싫어 매번 망설인다.
이번에 소개하는 『딴짓하기 좋은 날』은 여름보다 한 겹 두꺼워진 옷의 무게만큼을 덜어낸 가볍고 작은, 고리타분하지 않은 책이다.
가로 12.5cm, 세로 17.5cm로 일반 중지갑 정도의 크기. 핸드폰 ‘한손 기능’처럼 한손에 들고 읽기 좋으며 얇아서 외투 주머니나 파우치에도 넣기 좋다. 또 알록달록하고 귀여운 일러스트를 함께 실어 글만 수두룩한 ‘한손 책’의 기존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왼쪽 페이지에는 짧은 에세이 한 편, 오른쪽 페이지에는 작가 특유의 터치감을 느낄 수 있는 일러스트를 배치해 이동 중에 읽다가 잠시 덮어도 흐름이 끊기거나 내용이 이어지지 않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해온 ‘딴짓’ 을 에세이식으로 풀어내 “곧장 집으로 돌아가지 말고 평소에 좋아하던 일이나 공간에서 딴짓을 해봐”라고 권유한다. 일본에서 출간 당시, 20대와 30대의 큰 공감을 얻었다.
고된 일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그렇게 허무하게 하루를 끝내야 하는 순간 ‘퇴근하고 누굴 만나야 할까’ ‘누굴 만날 수 있을까’를 고민해왔던 나. 이 책 덕에 당분간은 그 고민을 내려놓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