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January, 2017

#혐오_증상 #세상_놀람

Editor. 김지영

『#혐오_주의』 박권일 외 4명 지음
알마

‘혐오’라는 단어만 봐도 머리가 아프다. 술자리에서 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하다가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꼭 대화의 주제가 ‘혐오’로 흘러갔다. 여성으로서 ‘여성혐오’ 발언을 들으면 기분이 언짢았다. 가뜩이나 취업이고 공부고 힘든 상황에서 ‘노오력’이나 ‘흙수저’ ‘헬조선’라는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더 언짢았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남들이 하는 얘기를 끌고 와 마치 자기 생각인 양 말하는 꼴이 썩 보기 좋지 않았다.
알마에서 나온 해시테그 시리즈 첫 번째 책 『#혐오_주의』는 가로 12cm, 세로 18.2cm로 LG에서 출시한 V20보다 조금 크다. 주머니에 넣기에 딱 좋은 책이며, 책 왼쪽 윗부분에 뚫린 구멍은 고리를 끼워 가방 혹은 어딘가에 걸 수 있도록 제작됐다.
이 책의 제목인 ‘혐오_주의’는 ‘혐오 주의사항’과 ‘위험! 혐오주의’ 두 가지 의미로 읽힌다. ‘혐오주의사항’은 혐오가 사회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증상이라는 점과 진보와 보수 가리지 않고 존재하는 정치 혐오가 ‘촛불집회’라는 코드를 통해, ‘위험! 혐오주의’는 여성혐오에 대한 언어적 문제와 혐오 표현을 법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을 통해 도출된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만 개의 정보를 접하는 ‘정보 과잉 방출’ 시대에 살고 있다. 이렇게 많은 정보를 습득하게 되면 자연히 이것을 사색하고 내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쇼펜하우어의 『문장론』에서도 이 점을 우려해 “독서량이 많은 것보다 좋은 책(고전)을 반복해서 읽고 사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을 많이 읽어도 사색하고 내 것으로 하지 못한다면 결국 안 읽은 것만도 못하다.
버스에서나 전철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기보다는 한 권의 책을 꼼꼼히 그리고 몇 번씩 읽고 내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 무척이나 바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이다 보니 언제 어디서든 짬짬이 읽을 수 있는, 주머니 속에 들어가는 책이라면 금상첨화다. 『#혐오_주의』는 그 시작을 하기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