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 특별기획

현대 도서관의 시작,
생트 쥬느비에브 도서관(Bibliothèque Sainte-Geneviève)

에디터: 지은경, 세바스티안 슈티제 Sebastian Schutyser
사진: 마리 란 구옌 © Marie-Lan Nguyen
www.bc-as.org

파리의 대학가가 풍기는 분위기는 낭만적이기도 하고 장엄하기도 하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소박하고도 젊은 대학생들, 한쪽에서는 입술이 뭉개져라 키스를 해대는 커플들, 광장을 바라보며 카페 테라스에 앉아 있는 동네 주민들, 광장의 귀퉁이 곳곳 털썩 주저앉아 책을 읽는 학생들. 이곳은 프랑스의 지성인들이 배출된 소르본느 대학가다. 중세부터 활발하게 지원된 학당들이 모여 있던 곳, 이곳은 포스트 모더니즘의 출발점을 알린 1968년 5월 파리혁명이 일어났던 장소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모두를 아우르는 대학 도서관이 언제나 이 자리를 지키고 서 있다.

건축가 앙리 라부르스트Henri Labrouste는 대중을 위한 공간 마련을 위해 공간, 재료 및 광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했다. 그리고 그의 이러한 노력은 19세기 건축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파리에는 그가 설계한 두 개의 도서관이 있다. 바로 1859년에서 1875년 사이에 지어진, 프랑스를 대표하는 프랑스 국립도서관과, 그보다 훨씬 이전인 1838년에서 1850년에 걸쳐 지어진 생트 쥬느비에브 도서관이다. 그러나 선구적이고도 아름다운 이 소르본느 누벨 대학 도서관을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유리와 철재를 이용해 지은 이 도서관 디자인은 현대 도서관이 지식의 전당으로서, 시간을 초월한 묵상의 공간으로서 빛나는 아이디어를 발산하고 있다. 생트 쥬느비에브 도서관은 파리 대학생들의 연구를 위한 공간이다. 수백 개의 열에 맞춰 놓인 책상들은 도서관 문이 열림과 동시에 빠른 속도로 학생들로 채워진다. 그 모습은 마치 무수한 가축 떼가 몰려오는 듯한 인상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도서관은 철학, 심리학, 종교, 과학, 미사학과 문학 등 각 분야마다 200만이 넘는 서적과 문서들을 갖추고 있다. 최신 전자 사서 시스템을 갖추고는 있지만, 프랑스의 전통 북아트 방식을 대대로 계승해오는 공방은 도서관의 큰 자랑거리다.
중세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프랑스의 지성과 학술의 역사에서 생트 쥬느비에브 도서관은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6세기 초, 메로빙거 왕조에 의해 세워진 광대한 생트 쥬느비에브 사원의 일부가 프랑스 교육의 중심 역할을 했고, 지금은 소르본느 누벨 대학의 도서관으로서 훌륭한 지성인 양성 기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생트 쥬느비에브 도서관은 책을 사랑했던 장 그롤리에Jean Grolier 왕자를 위해 16권으로만 특별 제작되었던 도서들을 포함해 훌륭한 상태를 유지하는 중세의 초기 인쇄본들, 사원의 중요 문서들, 계몽시대의 작품 원본들 등을 보존하고 있으며, 유물 학술 연구소와 저장소가 도서관 내에 마련되어 있다. 유물 중에는 중세 프랑스 탐험가들이 아프리카와 아시아, 그리고 태평양에서 가져온 문서들도 눈에 띈다. 또한 훌륭하게 제본된 프랑스 주요 문학가들과 예술가들의 책들이 보관된 문화 저장소는 도서관을 찾는 지식인이라면 꼭 한 번 방문하고 또다시 찾고픈 장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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