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il of Tales 동화 꼬리잡기

한 발짝, 한 걸음 더

에디터 전지윤
자료제공 책빛

아이가 프랑스 파리에서 ‘자유의 여신상’을 보더니 원래 미국에 있어야 하지 않냐며 연신 고개를 꺄우뚱했다. 오른손에는 횃불을, 왼손에는 책자를 든 이 여신상은 뉴욕의 상징으로 알려졌지만 원래 프랑스에서 만들어졌던 것이고, 몇몇 도시에서도 복제품을 볼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랬더니 아이는 “사람들이 자유의 여신상을 정말 좋아하나 봐”라고 말한다. 정말 그런 것 같다. 사람들은 왜 자유의 여신상을 좋아하는 걸까?
모든 이민자의 어머니였던 여신
“머리에는 일곱 개 첨단이 삐죽삐죽한 왕관을 쓰고 한 손엔 횃불을 들고 다른 한 손엔 네모난 판을 끼고 있는, 이 거대한 여신상의 이름은?”
만약 퀴즈쇼에서 위와 같은 문제가 나온다면 누구나 지체없이 이렇게 정답을 외칠 것이다. 자유의 여신상! 뉴욕 소재 존F. 케네디 국제공항에 착륙할 무렵 바깥을 내다보면 마주하게 되는 이 동상은 근엄하면서도 힘차게 횃불을 치켜들고 서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거대한 여신상이 내뿜는 압도적인 전경에 관심을 내비치는 와중에 조금 엉뚱하게도 여신상의 오른발에 호기심을 가진 이가 있다. 도대체 오른발이 어떻다는 거야, 하는 의문이 조금이라도 들었다면 『자유의 여신상의 오른발』을 펼쳐보면 된다. 미국은 이념에 의해 건국된 최초의 현대 국가로서 전 세계 수많은 이들에게 ‘기회의 땅’으로 여겨졌다. 커다란 배에 타고 수개월을 버티며 이 땅을 찾은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물론 그들의 삶이 미국에 들어가자마자 갑자기 윤택해진것은 아니다. 항구에 내린 사람들은 탑승했던 좌석등급에 따라 또다시 구분되었다. 일등석의 부유한 이들은 별다른 조사 없이 곧바로 뉴욕 땅을 밟았다. 증기엔진의 뜨거운 열기와 기름 냄
새, 출렁이는 바다에서 멀미와 병치레에 시달렸던 삼등석 이민자들은 앨리스섬Ellis Island에서 또 한참을 기다리는 우여곡절 끝에야 비로소 입국을 허락 받았다. 화물 반입과 별반 다르지 않
은 형편없는 처우였지만 이민자들은 이전보다 나은 삶을 살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악착같이 견뎠고, 이것이 바로 ‘아메리칸 드림’의 시작이었다. 억척스럽게 하루하루를 버텨내며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었을 이들에게 자유의 여신상이 머금은 미소는 자애롭고 따뜻하게 그들의 지친 마음을 달래주었으리라.
“여기, 바다에 씻긴 일몰의 문턱에 강대한 여인이 횃불을 들고 섰다. 횃불에 번개를 가두고 온 세계로 환영의 빛을 비춘다.(…)‘내게 보내라, 지치고 가난하고 자유에 목마른 이들을. 풍요로운 기슭에서 버림받은 이들을. 내게 보내라, 세파에 시달린 갈 곳 없는 이들을. 내가 황금의 문 옆에서 나의 등불을 들리라.’” _에마 라자루스Emma Lazarus, ‘새로운 거상(The New Colossus)’

오른발을 한보 앞으로!
어린 시절 자유의 여신상이 맨발로 서 있는지 아니면 신발을 신고 있는지 궁금했던 적이 있다. 샌들처럼 발가락이 드러나는 신발을 신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 궁금증은 해결되었지만, 더 큰
물음이 뒤따랐다. 바로 자유의 여신상이 왼발로 밟고 있는 쇠사슬과 족쇄의 정체다. 미국에 도착한 많은 이민자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현실로 일구어냈고, 이들의 성공은 미국 바깥의 사람들에게 미국이 마치 꿈을 이루어주는 이상향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고통과 눈물로 얼룩진 노예의 역사가 있었다. 강제로 포획된 야생동물만큼 처참하게 북아메리카까지 끌려온 사람들은,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기본적 권리와 자유를 박탈당한 채 노예가 되었다. 지금의 미국을 일궈낸 다른 한 축에는 잔혹과 폭력 속에 억눌린 삶을 살았던 노예들이 있다. 노예제도는 폐지되었지만, 과연 자유의 여신상이 상징하는 가치들은 얼마나 성실히 지켜져 왔을까?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것을 자명한 진리라고 생각한다. 즉,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고, 조물주는 몇 개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하였으며, 그 권리 중에는 생명과 자유와 행복의 추구가 있다. 이 권리를 확보하기 위하여 인류는 정부를 조직하였으며, 이 정부의 정당한 권력은 인민의 동의로부터 유래하고 있는 것이다. 또 어떠한 형태의 정부든 이러한 목적을 파괴할 때
에는 언제든지 정부를 변혁 내지 폐지하여 인민의 안전과 행복을 가장 효과적으로 가져올 수 있는, 그러한 원칙에 기초를 두고 그러한 형태로 기구를 갖춘 새로운 정부를 조직하는 것은 인민의 권리이다.”

자유의 여신상이 품고 있는 미국독립선언문에는 자유, 평등과 천부인권이 명시되어 있다. 이 권리가 선택된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주어진 것은 결코 아닐 터. 그러나 1776년의 독립선언 이후, 미국뿐 아니라 수많은 나라의 정치, 사회, 경제적 약자들은 동등하게 주어진 가치를 공평하게 나눠 갖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의 부조리를 다음 세대에게 어떻게 설명하고,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도록 이끌 수 있을까? 이 책의 저자 데이브 에거스Dave Eggers는 자유의 여신상의 오른발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자유의 여신상은 자유를 상징해요. 그런데 자유를 찾아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수백만의 이주민을 가만히 서서 맞이할 수 있을까요? 자유는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에요. 아니고말고요! 커다란 용기와 강한 의지,무엇보다 행동이 필요하지요.(…) 자유의 여신상도 다른 나라에서 온 이주민이에요. 그리고 우리도 언제든 이주민이 될 수 있어요. 가난하고 지친 사람들, 자유를 위해 힘겹게 싸우는 사람들. 자유의 여신상은 가만히 서서 기다리지 않아요.”

June21_TailofTales_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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