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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2016

학문에 대한 오해

Editor. 박소정

『이상한 논문』 산큐 다쓰오 지음
꼼지락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것은 태초에 기쁨이었을 것이다. 엉금엉금 기어 다니기 시작한 아이의 눈만 봐도 알 수 있다. 아이는 무엇에 쓰이는 물건인지도 모른 채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물건을 물고 빨고 던지기도 하며 세상을 알아가는 기쁨을 맛본다. 하지만 글자를 배우고 셈을 익히고 점점 복잡하고 어려운 것들을 마주할수록 배움에 대한 호기심은 사라지고 어느새 지루함이 자리 잡는다. 이런 마당에 배움의 과정에 종착역이라 부를 수 있는 ‘논문’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어떤가? 논문은 제목부터 부담을 한 움큼 집어먹게 한다. 확실히 재미와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유쾌한 지적 수집품’이라는 부제를 단 『이상한 논문』이라니, ‘소리 없는 아우성’을 떠오르게 하지 않는가?
이 책의 저자는 일본에서 만담으로 유명한 코미디언이자 코미디 수사학을 연구하는 몇 안 되는 학자 중 한 명이다. 와세다 대학에서 일본학을 전공하며 박사과정까지 14년을 연구에 매진한 그는 어느 날부터 이상한 논문에 꽂혀 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세상 이야기 연구에 관한 논문부터 하품의 전염성, 탕파에 대한 논문까지 자신이 엄선한 13편의 논문을 소개한다. 그중 ‘경사면에 착석하는 커플에게 요구되는 타인과의 거리’라는 제목의 논문은 심히 그 내용이 논문의 주제 적합한지 의심이 간다. 저자는 10여 일간 넓은 광장에서 밤낮으로 약 350쌍의 커플을 조사한 결과 적정한 거리는 평균 5m라는 결론을 얻는다. 또한 커플은 3m 이내에 누군가 있으면 손을 잡는 데, 5m 이내에 누군가 있으면 손으로 어깨나 허리를 감는 데, 6m 이내에 누군가 있으면 껴안는 데 저항감을 느낀다는 구체적인 연구 사실도 흥미진진하다. 참고로 이 논문의 저자는 타인과의 적정한 거리를 연구하다가 혼자가 아니라 두 명일 때는 어느 정도의 거리가 필요한지 의문을 품고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누군가는 논문이라 인정하지 않을 수 있고, ‘그래서 어쩌라고?’라고 되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순수함과 열정에서 시작한 어쩌면 아마추어리즘에서 출발한 학문이야말로 진정한 학문의 모습이 아니냐고 묻는다. 학문이란 본래 격이 높고, 세상의 거대한 흐름을 읽어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거창한 논리에 사로잡힌 당신이라면 엔터테인먼트로서의 학문의 세계로 초대하는 이 책을 권해본다. 학문에 대한 흥미가 갑자기 샘솟지는 않겠지만 조금 알게 됨으로써 또 다른 세계에 대한 수수께끼를 품는 게 학문의 본래 의미이자 기쁨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