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 특별기획

책 읽는 프랑스인들의 자존심,
프랑수아 미테랑 국립도서관

에디터: 지은경 / 사진: 지은경, 프랑수아 미테랑 국립도서관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공들여 보존하지만 언제나 진보적인 자세를 좋아하는 프랑스인들이기에 그들의 전통적인 삶은 항상 현대 테크놀로지와 조화를 이룬다. 과거의 클래식한 모습들은 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지만 쉽게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현대의 테크놀로지만을 지향하자니 삭막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 두 가지의 벽을 허문 프랑스인들의 모험적인 도시 개발의 스토리들을 파리의 남동쪽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그곳에 랜드마크로 세워진 프랑수아 미테랑 국립도서관은 글 읽는 프랑스인들에게 지식의 전당이자 프랑스 현대건축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거울이기도 하다.
파리의 새로운 도시계획
센강 하류, 아무도 센강의 낭만을 이곳에서 찾지는 않았다. 공장과 낡은 창고들, 버려진 운반선들로 삭막한 이미지가 풍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에 프랑스의 국립도서관이 생겨났다. 이 국립도서관은 독창적인 콘셉트를 가진 곳으로, 사람들은 이 도서관을 구경하기 위해 지하철을 몇 번이나 갈아타야 하는 수고를 감수하며 찾아왔다. 곧이어 새로운 건물들이 생겨나고 새로운 길의 이름들이 붙여졌다.
길 건너편의 대형 얼음들을 운반하던 냉동 창고 프리고(FRIGO)는 아티스트들이 모여 아지트를 건설해, 사람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였고, 도서관의 반대편, 대형 공장이 허물어지고 새롭게 탄생된 길 루이스바이스(Louise Weiss)에는 그에 발맞추는 신세대 갤러리들이 들어섰다. 강 건너편, 1970년대까지만 해도 파리가 아니었던 그곳은 포도주 업자들이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파리 외부에 세운 포도주 저장 창고였다. 외관을 보존하는 동시에 내관 공사 작업이 새롭게 진행되면서 그곳은 사람들로부터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현장이 되고 말았다. 파리에서 가장 큰 영화관이 생겨나고 삶을 보다 감성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상품들을 파는 가게들과, 편안한 가족 식당들이 들어섰다. 곧이어 거대한 공원이 생겨나자 아름다운 나무들과 꽃, 오리들과 호수, 동산들과 함께 한가로운 오후를 만끽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연인들의 최상의 데이트 장소가 되었다. 그리고 그 매력적인 모든 곳들을 한번에 파리 중심으로부터 12분 만에 연결하는 14호선 초고속 전철이 생겨났다.
이제 더 이상 그곳은 변두리의 버려진 음침한 동네가 아니다. 지금 그곳은 파리에서 가장 좋은 교통망을 가진 지역이다. 6호선 지하철은 내릴 때 손잡이를 위로 잡아 당겨야만 문이 열린다. 반면에 14호선 역에 들어서면 마치 우주정거장을 견학 온 학생처럼 그 규모와 자동 시스템, 속도에 입을 벌리게 된다. 이 두 노선의 조화만으로도 우리는 금세 직감할 수 있다. 프랑스인들은 과거의 추억에 집착하는 사람들이나 현 세대에 필요한 것들이 과연 무엇인지를 심사숙고할 줄 아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두 가지를 조화롭게 지키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말이다.
최첨단으로 만들어지는 도시의 변두리 번성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절차가 필요했다. 첫 번째는 중심으로만 모이려는 파리의 지식인 계층의 구미를 당기는 무언가가 변두리에 생겨나야만 했다. 그 시작의 척도가 바로 프랑수아 미테랑 국립도서관이었다. 두 번째, 그 많은 문화사업을 위해 파리는 그 세력을 확장해야만 했다. 따라서 파리의 경계선 바깥의 지역을 파리로 합류시키는 작업을 오랜 시일에 걸쳐 시행한다. 세 번째, 아름답지만 과학이 함께 응용되어 보다 높은 효과를 내는 최고의 유토피아적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마지막으로, 하나하나의 요소가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도시의 조화를 깨지 않을 안목이 기본이 되어야 했다. 그에 따라서 하나의 아름다운 도시의 모습을 계속 간직할 수 있는 것이다. 프랑스인들이 가진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철저히 고수하며 설계한 새로운 도시계획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지금은 이 동네가 하나의 유쾌한 관광지가 되었다. 도시의 변두리에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시한 것에 대한 즐거운 보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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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있는 모험과 혁신 프랑스 최대의 도서관
프랑스인들은 모든 사물의 양면성을 제시한다. 가장 전통적이면서 가장 새롭고, 가장 자연적이면서 가장 도시적이고, 가장 부드럽고 정겨우면서도 가장 기계적이며, 빠른 디지털의 시대를 살아가지만 한 장씩 넘어가는 독서라는 인내의 희열을 알고 있다. 그들의 그런 성향에 따라 그 변화의 중심에 선 주인공은 최첨단의 현대식 건축으로 설계된 최다 서적 보유의 국립도서관이다. 세상은 거세게 흐르는 물결과 같아서 변화하지 않으면 그 물결에 휩쓸려 퇴보하게 마련이다. 독일이 들고나온 미니멀리즘의 모던 건축, 영국의 야심작, 테이트 모던, 문화의 중심임을 자부하던 프랑스인들은 이내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들이 도전하고자 했던 새로운 건축, 그것은 바로 쓸모 있음과 동시에 아름다움을 지닌 것이었다. 많은 양의 서적을 보관하려면 엄청난 규모의 공간이 필요하다. 단지 보관의 용도로 사용되는 공간이 아름다울 수 있기란 현실과는 동떨어진 허상 같았다. 그러나 그런 비현실적인 이상을 현실로 멋지게 실현한 주인공이 나타났다. 1989년에 행해진 도서관 건축 콩쿠르, 세계에서 모인 거장들과의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입상한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 당시 그는 겨우 36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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