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hop & the City 세상의 모든 책방

텅 빈 거리의 오슬로 책방들

에디터. 서예람, 지은경

코로나19는 오프라인으로 직접 손님을 맞던 많은 업종에 큰 타격을 입혔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어디나 그렇다. 이번 달 만나볼 책방들은 노르웨이의 수도인 오슬로에 있는 작은 서점들이다. 세계의 많은 서점들에서 섭외 문의에 대한 답을 받지 못했던 데에는 아마 코로나19의 영향이 크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간신히 소개하게 된 세군데의 책방에 대해서도, 지금의 상황과 아주 동떨어진 소개를 하기가 어렵다. 추위를 극도로 싫어하는 에디터 본인은 올겨울이 유난히 추울 거라는 뉴스를 보고 어차피 추울 거라면 아주 추운 다른 나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의 모든 책방들에게 너무 춥지 않은 겨울이길 바라며, 오슬로의 책방들을 소개한다.
카펠렌스 포르슬라그
카펠렌스 포르슬라그는 직접 엄선한 헌책과 고서적, 새 책으로 가득한 독립서점이다. ‘카펠렌의 제안’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이곳에서는 고전, 혹은 현대 고전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하지만 더 이상 대형 책방에서는 살 수 없는 책들이 비치되어 있다. 꼭 상을 받고, 좋은 비평을 받아야만 고전이라 할 수 있진 않을 터, 장르 문학의 고전이라 할 만한 오래된 책들도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주로 영문서를 취급하지만 노르웨이어나 타 언어로 쓰인 책도 취급하고 있는 이곳에서는 바이닐 레코드, 사진이나 판화와 같은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맛있는 커피나 차 한잔하면서 여유 있게 둘러보기 좋은 이 작은 책방은 집안에 머무르는 것이 미덕이 된 작금의 상황을 맞이하여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책방을 운영하는 필 카펠렌과 안더스 카펠렌 형제는 흰 방역복을 입고 의료용 장갑을 낀 채 책 배달을 다닌다. 거리를 지나는 카펠렌 형제를 보고 방역당국 관계자인가 하고 흠칫 놀라는 사람들도 많다. 누군가는 유난스럽다고 할 이들의 방식을 흥미롭게 여긴 영국 『가디언(Guardian)』은 취재를 진행하기도 했다. 손님들과 가게에서 만나기는 어렵지만 대신 직접 찾아가 책을 전하는 카펠렌 형제야말로 책을 통해 세상과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진정한 책방주인이 아닐까.

스보벨
어린이책을 취급하는 책방으로, 주인장이 엄선한 질 좋은 책이 가득한 작은 서점이다. 빈티지 미니어처 자동차나 1950~60년대에 생산된 프랑스 산업용 조명과 같은 기상천외한 물건들도 찾아볼 수 있는 이곳의 벽에는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의 말이 커다랗게 쓰여 있다. “당신이 읽지 않을 책을 절대 아이에게 쥐여주지 말라.” 노르웨이어로 유황이라는 뜻의 이름을 지닌 이 서점은 뭇 부모들을 위한 작은 노천탕 같은 곳이다. 아이에게 좋은 책을 선별해서 보여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대신하여 좋은 책을 먼저 읽고 추천해주니, 이곳에 들어선 부모들의 마음이 눅진하게 녹아내릴 수밖에. 스보벨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책을 소개하는 포스트가 한가득인데, 게시물 하나 하나에 애정이 뚝뚝 떨어진다. 책 만드는 사람들을 향한 애정도 아낌없이 발휘하는 스보벨 주인장은 책을 추천할 때마다 지은이를 태그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노벨 평화 센터 책방
노벨상 시상 분야 중 노벨평화상은 유일하게 스웨덴 스톡홀름이 아닌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수여된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도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서 결정하는데, 이 위원회는 노르웨이 의회에서 추천한 인사들로 꾸려지는 만큼 노벨평화상과 노르웨이는 각별한 사이다. 오슬로의 명소 중 한 곳인 노벨 평화 센터는 2005년에 세워졌다. 노벨상과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이곳은 많은 여타 박물관들처럼 박물관 굿즈를 살 수 있는 아트숍이 있는데, 노벨상 및 알프레드 노벨, 혹은 그 해의 수상자와 관련한 기념품과 그들이 저술한 책들을 취급한다. 다양한 가격대의 온갖 선물용 물건들을 살 수 있어, 친구들에게 선물할 오슬로 기념품을 살 때 들르기 좋은 곳이다. 이 밖에도 어린이를 위한 책들, 각종활동 및 실험 교구들, 학습용 장난감도 살 수 있다.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상품으로는 노벨 만찬 메뉴 중 하나로 유명한 메달 모양의 초콜릿이 있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매년 12월 10일에 개최되던 노벨 만찬도 취소되었다고 한다. 1901년부터 제정된 노벨상 시상식과 만찬이 취소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만찬이 취소되었는데도 메달 모양 초콜릿을 이 아트숍에서 살 수 있는지는 노르웨이 당국의 방역 지침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 현재로서는 알 길이 없다.

November20_Bookshop_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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