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hop & the City 세상의 모든 책방

책을 위한 전당,
충칭 중슈거 서점

에디터: 최남연, 세바스티안 슈티제 Sebastian Schutyser
사진: SHAO FENG / X+LIVING

거의 일주일에 하나씩, 중국 어디에선가는 커다란 새 책방이 문을 연다. 얼마 전 문을 연 충칭 중슈거 서점도 그중 하나다. 물건을 파는 상점이라 해도 규모가 어마어마한데, 이 넓고 아름다운 공간이 책방이라니 더욱 놀랍다. 책방이 모두 없어질 거라고, 이젠 아무도 종이책을 읽지 않을 거라고 누가 말했나? 또, 모두가 서점이 아닌 인터넷으로 책을 사 볼 것이라는 예측도 중국에서만큼은 틀렸다. 큰 규모의 서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으니 말이다.


중국 남서부의 산업 도시 충칭Chongqing은 산과 강으로 둘러싸인 내륙 도시 중 가장 큰 면적을 자랑한다. 골목 곳곳마다 놀라운 아름다움과 매력으로 가득 차 있다. 고대부터 충칭의 경관과 많은 유적지는 수많은 작가와 서예가를 매료 시켜 이곳으로 끌어들여 왔으며, 그 매력은 오늘날 충칭에 사는 3천만 명 이상의 지역민을 포함한 현대인들에게도 유효하게 작용한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디자인 회사 X+LIVING에 의해 디자인된 서점은 글자로 뒤덮인 심플한 유리 외관으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짙은 갈색 로비 전체에 흩어져 있는 전등갓 모양의 책장들을 마주할 수 있다. 짙은 갈색의 양피지와 가죽으로 된 고서로 바닥부터 천장까지 가득 찬 책장을 보고 있노라면 수백 년 된 도서관에 와있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이 고요한 공간에서 방문객들은 중국 유등을 연상케 하는 등잔불의 따뜻한 불빛 속에서 마치 혼자만의 공간에서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공간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지그재그 모양으로 배치된 책들의 벽, 책장이다. 더욱 환상적인 것은 거울과 반사면을 이용하여 위아래가 뒤집힌 물체들이 마치 끝없는 공간에 펼쳐진 것처럼 보이게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실제로 천장의 독서공간은 낮은 편이어서, 규모와 웅장함이 주는 경직된 분위기에서 벗어나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휴식을 제공한다. 방문객들은 이곳의 계단에 앉아 쉬거나 책과 생각에 잠길 수 있다.
로비의 한쪽 구석에는 조용한 독서 전용 회랑이 있다. 복도를 따라 펼쳐져 있는 책장들은 바닥에 반사되어 마치 방문객들을 공간과 지식으로 가득한 책의 터널로 더 깊이 이끄는 느낌을 자아낸다. 로비 반대편에는 어린이 도서관이 있는데, 이곳의 책장은 충칭의 풍경, 건물, 교통수단 등을 본떠 재미있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책장 가득 꽂힌 책을 꺼내 보며 충칭의 아이들은 전혀 다른 세상과 만난다. 그리고 충칭에 대한 매력을 책과 책장을 통해 경험하게 될 것이다.
4층까지 구성된 책꽂이 계단은 레저 공간으로서, 방문객들이 커피와 차를 마시며 독서할 수 있다. 또한 사람들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의 세계로 빠져들 수도 있다. 주변의 전등갓 모양 책꽂이는 자연스럽게 부스를 형성하는데, 방문객은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대화를 나누거나 책을 읽고 여가를 즐길 수 있다. 레저 공간과 연결된 넓은 열람실에는 당대 위대한 정신들이 낳은 작품들이 나열되어 있어 눈을 넓히고 마음의 양식을 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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