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ic : 이달의 화제

지속 가능한 미래

에디터 : 박주연 현희진 전지윤

시간은 선이 아니라 원을 그린다. 우리의 삶은 하나의 선 위에 찍힌 점이 아니라 원의 중심이다. 우리를 둘러싼 원은 과거로부터 와서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우리는 이 사실을 자주 망각한다. 전 지구적 자본주의가 동그란 연결을 끊어 놓았기 때문이다. 과거 SF 소설 속에나 등장했던 2020년을 살아가고 있는 오늘, 우리가 꿈꾸어야 할 내일은 어떤 모습일까? 「이달의 토픽」에서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지금 여기에 필요한 변화가 무엇인지를 질문한다.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브랜드를 만나보고 공감과 공유의 가치를 격려할 수 있는 시스템을 상상해본다. 지구 그리고 타인과의 연결을 회복하고, 희망이 있는 시간을 그리려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미래라는 것이 존재하기 위하여
스웨덴의 한 소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는 학교에서 해양오염에 대한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은 후 학교에 가는 대신 1인 시위를 시작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을 세상에 알리고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하기 위해 2018년 8월 시작된 시위는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 1인 시위는 이제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운동으로 전 세계 133개국 160만 명 청소년이 동참하는 커다란 환경운동이 되었고 그레타는 2019년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다. 2019년 12월 그레타는 유엔 기후변화 콘퍼런스UN Climate Change Conference에 참석하기 위해 스웨덴에서 뉴욕까지 작은 태양광 보트를 타고 이동했다. 기후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비행기를 탈 수 없다는 것을 이유로 들며 환경운동가들이 아무렇지 않게 비행기를 타고 여러 나라를 왕래한다고 지적했다. 연설에서 그레타는 눈물을 글썽이며 토해내듯 “How dare you!”를 문장마다 반복했다. 수천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해야만 하는 임무를 자녀 세대에게 떠넘기는 책임회피자를 우리는 결코 용서해 줄 생각이 없으며 학교에 있어야 할 내가 이 자리에 있다는 것에 대해 반성하라고 꾸짖었다. 그레타가 비난하는 ‘당신들’은 이 시대의 심각성을 모르거나 외면하고 있는 기성세대와 심각성을 통감한다면서 법제화에 소극적이거나 무심한 정치인이다. 그 대척점에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대통령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그레타가 지적한 ‘당신들’은 명백히 우리 모두이며, 그 누구도 미래를 지키는 일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미래를 위한 작은 움직임
15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기다리는 옷이 있다. 그렇다. 사람이 아니라 옷이다. 호주에서 태어나 전 세계를 누비는 서퍼surfer 크리스토 그레일링의 ‘파타고니아Patagonia’ 반바지다. 재활용된 해변 파라솔로 만들어진 바지는 그 몫을 충분히 해냈다. 크리스토는 이 바지를 입고 인도네시아, 인도, 페루, 에콰도르 그리고 멕시코 전역의 해변을 누볐다. 지구를 위해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고 캘리포니아 주의 벤투라에 있는 할인점에서 20달러에 구매해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입어왔다. 수년 동안 신발 밑창과 청테이프를 덧대가며 사용했다. 날짜 수로 보면 1,200일 이상 사용했으니 한 번 사용하는데 1센트 정도 쓴 셈이다. 이제 그는 이 바지를 파타고니아에게 돌려주려고 한다. 너덜거리던 바지의 밑단 부분은 이제 다른 옷의 일부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마지막이자 새로운 출발을 할 시간이 된 것이다. 파도를 즐기던 크리스토의 이야기를 가득 안고서. 그런 면에서 이 바지는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다.

방에서 내다 본 ‘공유’하는 미래 (ft. COVID-19)
파리도 서울처럼 지하철이 잘 되어 있지만, 가방은 무겁고 지친 아이를 데리고 가야 하니 휴대폰을 꺼내 ‘우버Uber’로 차량을 불렀다. 잠시 후 피어싱을 한 매력적인 여자 운전자가 우리를 태웠다. 부업으로 주말과 저녁 시간에만 우버 운전자로 일한다고 했다. 파리에서 우리가 묵는 아파트는 ‘에어비앤비Airbnb’에서 찾았는데 집 주인도 여행 중이라 만나본 적은 없고 우편함에 넣어준 친절한 사용 설명서와 비상 열쇠로 열고 들어가 보름을 잘 지낼 수 있었다. 팀원 두 명과 보스턴에 장기 출장을 가야 했던 남편은 가용예산의 제한으로 인해 호텔 대신 에어비앤비에서 더 저렴하게 집 하나를 빌렸는데, 각자 방도 있고 부엌과 거실까지 있어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런던에서 걷기는 부담스럽고 지하철이나 버스로는 애매한 거리를 이동할 때에 공유 자전거가 유용한데, 목적지에 다다르면 큰 길가 어디에나 부스가 있어 반환하기도 쉽고 빌리는 비용도 앱에서 해결할 수 있다. 칠순이 넘은 어머니는 운전하기 힘든 거리나 피곤한 날은 외출하기 전에 휴대폰을 꺼내 ‘타다’ 앱으로 차량 신청을 한다. 지하철 출입구 앞에 줄지어 선 택시들을 보면 참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친절한 기사님의 서비스와 깔끔한 차량을 생각하면 조금 더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타다’ 서비스를 선호하게 되었다. 지인이 대학가 앞의 작은 주택 하나를 개조하여 학생 몇 명이 빌려 사용할 수 있도록 ‘셰어 하우스share house’를 운영하고 있다. 오래된 주택이라 소소하게 고치거나 관리할 것들이 있는데 그때마다 전문 업체를 이용하기는 비용 부담이 있어서 ‘애니맨’과 같은 핸디맨 서비스를 찾는다고 한다. 필요한 내용과 시간, 주소지로 신청을 하면 근거리에 필요한 기술과 경험을 가진 이들이 입찰을 하고 사용자가 선택을 하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March20_Topic_08

PhotoⒸAnders Hellberg on wikimedia / PhotoⒸTom Fisk on Pexels / PhotoⒸMarkus Spiske on Pexels / PhotoⒸ『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더숲) / PhotoⒸ Unsplash / PhotoⒸ Unsplash Uber WeWork

Please subscribe for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