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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016

‘지름신’ 퇴치법

Editor. 박소정

『왜 팔리는가』 조현준 지음
아템포

월급을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할수록 통장 잔액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을 확률이 높다. ‘띠링’, 입금이 확인된 순간 지난달의 노고가 풀림과 동시에 한동안 잠잠했던 소비욕구, 즉 ‘지름신’이 깨어난다. ‘필요’에 의해 산다는 게 합리적 소비의 논리지만, 우리 주변에 쌓여 있는 물건들을 살펴보면 ‘언젠가 필요할 것 같아서’ ‘예뻐서’ ‘세일하니까’ 등 비합리성이 넘쳐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인간은 최대 효용을 추구하는 합리적인 존재’라는 가설을 기반으로 한 경제학에서도 사람들의 비합리적인 소비는 오랜 논란거리였다. 1990년대 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이 여러 실험을 통해 ‘인간의 행동은 비합리적이고 편향적’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왜 팔리는가』에서는 그의 이론과 뇌 과학, 진화 심리학 등을 종합하여 우리의 소비 행동을 분석해놓았다. 인류는 태초부터 생존을 위해 빠른 판단과 행동이 필수적이었다. 그래서 뇌는 빠른 판단을 내리기 위해 ‘판단의 지름길’을 찾기 시작했는데, 이는 인간의 불완전한 기억과 제한된 정보만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의 뇌는 망각이란 기능을 갖춘 채 사실과 다르게 기억을 저장하며, 초당 40비트로 정보를 처리한다. 우리가 상황의 일부분만 선택하여 보고, 또 그중에서도 일부분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미다. 한 번 보았던 영화를 다시 볼 때 전에 못 봤던 장면을 발견하는 것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소비자가 상품을 선택하는 과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쇼핑할 때 본능적으로 빠르게 상품을 판단하기 위해 이미지와 브랜드를 우선 참고한다. 이는 필요성보다 상품의 노출 정도와 프로모션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쇼핑몰 탈퇴하기, 지갑 두고 외출하기, 최근에는 지름신 퇴치 부적까지, ‘지름신’을 피하고자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비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존재임을 우선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로써 ‘필수 아이템’ ‘파격 세일’ ‘1+1’ 등 소비의 늪에서 정신을 차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