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ic : 이달의 화제

젠트리피케이션

에디터: 박소정, 박중현, 김선주, 김지영

변화의 속도가 빨라져 간다. 모두가 새로운 것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 변화의 중심에 자리한 도시는 재생과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눈부시게 변모하고 있다. 하지만 익숙한 것을 예고도 없이 쉽게 떠나 보낸 탓일까? 빛 뒤에 감춰진 그림자가 짙어지자 사람들은 새로운 것 대신 오랜 세월 동안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공간을 일부러 찾아다니고 있다. 조금 낡고 불편하지만 이런 곳에서 의미를 찾고 안도감을 얻는다. 이는 급격히 이루어진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반응이기도 하다. 이 낯선 용어가 국내에서 쓰이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현재 도시 최고의 화두로 떠올랐다. 과연 이 단어가 널리 쓰이게 된 시발점은 무엇이었는지, 삶 속에 침투해 특정한 감정을 싣게 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살펴보았다.

변화하는 젠트리피케이션
“이 동네엔 자기 성공의 희생양이 되는 사람들이 많아요.
성공한 사람이 많을수록 동네가 더 뜨니까요.”
—『뜨는 동네의 딜레마, 젠트리피케이션』
세계적인 대도시 뉴욕에서 미술품 중개인으로 일하고 있는 꽝 바오 씨는 계속 오르는 임대료 탓에 계속 변두리를 전전할 수밖에 없는 예술가들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며 위와 같이 말했다. 이런 일이 비단 뉴욕이란 거대 도시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이라 불리는 이 도시사회현상은 오늘날 세계 도시 곳곳에서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표적으로 서울의 홍대, 연남, 경리단길, 성수동을 비롯해 최근 망원동까지 이 현상으로 동네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때문에 소수 도시학자 사이에서 사용되던 전문용어 젠트리피케이션이 대중적으로 쓰이기 시작하며 생활용어로 자리 잡았다.(…)

한국 젠트리 리포트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자체는 색안경을 끼고 볼 일이 아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는 곳들은 상대적으로 낙후하고 자본 투자에서도 소외되었던 곳이다. 그랬던 곳이 새롭게 번성하다 못해 지역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다는 것은 지역과 주민 입장에서 반가운 일이다. 생활환경도 이에 따라 전반적으로 윤택해진다. 더불어 젠트리피케이션을 아직 몰랐거나 피상적으로 접한 사람들도 ‘땅값이 오르는 게 왜 문제야?’라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문제가 아니다. 소유자 입장에서는 호재다. 나의 땅, 공간을 많은 사람이 좋아라 하고 더불어 그 가치도 상승하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러나 젠트리피케이션 지역에서 ‘상인=건물주’라는 공식이 성립한다면 참 좋겠지만 그렇지가 않다. 간단하다. 젠트리피케이션을 일으킬 만큼 젊은 감각의 자영업자들이 서울 도심의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꼬우면 건물주 하시든가’라는 자조 깃든 비아냥은 결정적으로 중요한 사실을 간과한다. 젠트리는 건물주가 일으킨 게 아니다. 물론 공간을 제공했지만 실질적으로 공간을 운영한 상인의 노력이 크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현재 계약은 시세에 근거할 뿐 공간 및 지역 발전에 기여한 상인의 권리는 분명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다. 내쫓기는 상인은 죽 쒀서 건물주랑 대기업에 갖다 바친 꼴이다. 들어오는 대기업 프랜차이즈라고 해서 무조건 매출이 좋을 리 없지만, ‘핫 플레이스’에 지점을 두는 것만으로도 상징성과 홍보 효과는 거두니 상관없다. 결국 특색과 문화는 사라지고 지역 가치도 경쟁성을 잃는다.

November2017_Topic_04

Photo © Adrian Grycuk / Photo © Guilhem Vell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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