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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2016

재난시대 필독서

Editor. 박소정

『재난시대 생존법』 우승엽 지음
들녘

지난 9월 12일 경주에서 규모 5.8의 강진이 발생했다. 국내에서 발생한 지진 중 역대 최대 규모였다. 순식간에 건물에 금이 가고, 집 안 물건들이 떨어지는 등 기존에 경험해보지 못한 재난에 경주 시민들은 집 밖으로 뛰쳐나와 우왕좌왕했다. 유례없는 재난에 우왕좌왕한 건 국민안전처도 마찬가지였다. 재난 방송도 긴급 재난 문자도 어느 것 하나 골든타임 안에 시민들에게 전해지지 않았고, 홈페이지는 5시간 동안 먹통이었다. 이후 한 달도 채 안 되어 역대 4위 수준의 강력한 태풍 차바가 남부지역을 강타했지만, 이에 국민안전처와 기상청은 사전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해 피해를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계 GDP 15위의 경제선진국, IT강국이라는 빛나는 명함과 한참 동떨어진 부끄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사람들 사이에서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재난이 일어나도 나를 지킬 사람은 나 자신뿐인 처참한 현실을 비로소 인지한 것이다. 이에 『재난시대 생존법』에서는 비상식량부터 물 보관 및 정수법, 비상장비 사용법, 위생 및 응급처치까지, 재난에 대처하는 방법을 일목요연하게 알려준다. 우리는 흔히 비상식량으로 라면을 생각하는데, 저자는 라면보다 국수가 낫다고 권한다. 라면은 기름에 튀겼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길어야 6개월인 반면, 국수는 기본 2년 정도 보관이 가능하고 소면의 경우 조리할 때 불과 물이 훨씬 적게 들기 때문이다. 또한 락스를 이용한 정수법도 유용하다. 첨가물이 없고 주요 성분이 5~6%인 락스를 끓였다 식힌 물에 1L 기준 4방울을 떨어뜨려 30분만 기다리면 물을 마실 수 있다. 이 외에도 배터리 사용 기간이 스마트폰보다 훨씬 긴 2G폰의 중요성, 아파트에서의 방어와 대피, 직접 동물을 잡아먹어야 할 경우의 대처까지, 크고 작은 재난에 대비해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할 상식도 알려준다.
헌법 제34조 6항에는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라는 항목이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재난이 덮치고 목숨을 건 긴박한 순간에는 그저 허공에 맴도는 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저자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이 어떤 재난에서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이며, 대재난이 발생할 시 정부 및 119구조대가 구조할 수 있는 인원은 한정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독자적으로 생존방안을 모색할 것을 당부한다. 이참에 과거에 흘려보았던 재난 영화들을 다시 한 번 유심히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재난영화의 주인공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보는 영화는 최고의 몰입도를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