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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2015

잠 못 이루는 밤

Editor. 박소정

『어른이 된다는 건』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민음사

어두운 밤 지친 몸을 이끌고 침대에 쓰러지듯 눕는다. 예상과 달리 잠은 쉽게 오지 않는다. 잠을 재촉할수록 몽롱한 정신은 또렷해져가고, 지난날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앞선 걱정들이 차오른다. ‘결국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인가.’ ‘삶에 의미라는 게 있는 걸까.’ 고민이 깊어지다 보면, 후다닥 책을 덮듯 생각을 접기 위해 고개를 휘젓는다. 불안이 쉬이 잠들지 않을 때 명약이 있다. 따뜻한 우유 한 잔과 곁들일 책 한 권이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신작 『어른이 된다는 건』에서 작가는 “어른이 되지 않아도 괜찮으니, 다만 당신 자신이 되라”는 당부의 말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녀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할 인생의 질문 중 여덟 가지를 선정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자신만의 이야기로 풀어간다. ‘어른이 되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인가’를 고민하며 작가는 오히려 지난날 좀 더 요란하게 살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그리고 미래로 날아가 현재 자신을 본다면 건강을 뽐내며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모습을 부러워할 것 같다고 고백한다. 그녀는 결국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옳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는 이석원의 두 번째 에세이 『언제 들어도 좋은 말』에서 하는 이야기와도 겹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상실에 대해 예민한 편이라 후회 없는 삶을 위해 현재에 집중해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의 에세이는 우연히 한 여자를 만나며 연애 아닌 연애를 하며 불쑥 찾아온 여러 감정들에 관한 당돌한 고백이다. 그는 사랑은 곧 이해와 다르지 않은데, 목숨보다 사랑한다며 상대를 이해하는 일이 왜 그토록 어려운지 괴로워한다. 그리고 영혼의 짝을 기다린 지난날을 회상하며 자신의 결핍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은 결국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문득 깨닫기도 한다. 저자들이 전해주는 작은 깨달음은 결국 늘 같은 실수와 고민으로 잠을 설치는, 결국은 서투른 한 명의 사람일 뿐인 우리에게 짙은 향기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