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July, 2019

잠시 생각을 꺼두어도 좋습니다

Editor. 전지윤

궁금한 것, 모르는 것은 알아야 직성이 풀린다면?
제대로 된 답변을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어 답답할 때는?
책을 찾아봅니다. 뽀뽀를 글로 배웠다던 그녀처럼 말이죠.

『The Headspace Guide to Meditation & Mindfulness』
Andy Puddicombe 지음
Hodder & Stoughton

출산 후 바로 학교에 나간 나 때문에 친정어머니가 아기를 키워주게 되었다. 연구논문을 쓰고 집과 학교를 오가는 것만도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밤잠 없는 외손자를 재우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어머니와 마주쳤다. 평생 나의 후원자인 어머니의 피곤한 기색에 나는 단호하게 학교를 그만두고 아기를 키우기로 했다. 후회는 없지만, 내 에너지도 그동안 소모됐는지 더 예민하고 늘 피곤했다. 그럴수록 아무리 조심해도 실수는 잦아지고 스트레스가 가중되며 잡념이 많아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이 무렵 나는 테드TED에서 앤디 퍼디컴Andy Puddicombe의 강연을 보게 됐다. 단 십 분의 명상으로 평정을 찾게 된다는데 쉬울 것 같지만 실천이 어디 그리 쉬운가.
올해 초 할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오랜만에 빌 게이츠의 개인 블로그 게이츠노츠GatesNotes(www. gatesnotes.com)에 방문했다. 빌 게이츠는 적극적이고 호기심 많은 독서가로 유명한데, 그의 거침없지만 위트 있는 서평은 읽는 재미가 있다. 당시 최근 서평에서 눈길을 끈 것이 앤디 퍼디컴의 『The Headspace Guide to Meditation & Mindfulness(명상과 마음챙김을 위한 헤드스페이스의 안내서)』였다. 게이츠는 장벽을 낮추어 대중이 쉽게 명상을 접할 수 있게 하려는 퍼디컴의 시도가 많은 비난을 받았을지 모르나, 자신은 그 때문에 명상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환생과 같이 허황되고 신비주의로 포장하지 않은 명상은 신선했고, 지금 이 순간의 가치를 오롯이 인지하는 게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럼에도 실천은 바쁜 일상으로 인해 또다시 뒤로 미뤄졌다.
예민하고 날카로운 상태가 개선되거나 변하지 않은 채로 아이와 여행길에 올랐다. 둘만 있으면 엄마의 심리가 고스란히 전해져 아이가 감당할 감정적 영향이 더 클 것이므로 엄마의 변화가 절실했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 근처 자주 가는 책방에서 퍼디컴의 명상을 세 번째로 마주했다. 저자 앤디 퍼디컴의 이력은 매우 특이하다. 그는 대학 재학 중에 불교에 귀의하여 승려로서 인도, 네팔, 미얀마, 호주, 스코틀랜드, 러시아 등을 돌며 수양했고, 런던으로 돌아와 서커스 예술을 전공했다. 명상 센터를 운영하며 컨설턴트로 활동하던 중 리치 피어슨Rich Pierson과 함께 헤드스페이스Headspace를 창업하여 명상과 마음챙김을 디지털 공간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써 명상과 수양을 가린 신비주의를 걷어내고 더 많은 이가 생활 속에서 명상할 수 있게 되었다.
책은 서문이 꽤 긴 편이다. ‘당신이 누군지 알고 내가 당신이 말하는 정신수양을 하겠는가’라고 의심부터 갖는 게 대다수 아닐까. 그래서 서문에서 자신의 특이한 이력, 살아오며 특별한 선택을 하게 된 계기, 당시 상황과 심리 등을 마치 단편소설처럼 소개한다. 또 이 책을 펼친 이라면 당연히 궁금할 마음챙김mindfulness, 명상meditation, 헤드스페이스headspace의 개념을 간결하게 설명해준다. 내가 가장 궁금했던 마음챙김이란 산만하지 않게 현재, 그 순간에 있는 것이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판단하고 평가하지 않고 원래 자연스러운 상태로 지금 현재에 마음을 놓을 수 있는 능력과 같다. 마음챙김의 최적의 상태는 명상이란 훈련 혹은 방법을 통해 얻을 수 있고, 헤드스페이스는 이 훈련을 통해 생긴 능력이 내 몸과 마음에 만드는 결과물 같은 것이다.
앞으로 나도 마음의 평화를 얻고 스트레스 없이 행복하려나 싶은데 아니란다. 우리 생은 파도와 같기 때문에 즐겁고 행복하기만 할 수 없다. 위로 오르건 바닥으로 내려가건 내 몸과 마음을 보살피는 것이 원칙이며, 이를 훈련하는 세 가지 원리인 접근, 실행, 통합까지도 서론에서 모두 언급한다. ‘무슨 설명이 이렇게 길어’ 한다면 걱정 마시라. 왜냐하면 한결같이 짧고 단호하여 전문서적 같지 않다. 또 훈련의 원리를 안들 별 소용이 없는데, 명상으로 마음챙김의 능력을 기르고 헤드스페이스를 얻는 것이란 직접 실천하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알았는지 조급증이 나는 우리들을 위해 퍼디컴은 십 분간의 명상법까지 서론에 모조리 제공한다. 강력히 실천을 촉구하는 것이랄까. 서론 이후부터는 좀 더 자세하고 친절하게 안내서다운 설명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다.
명상을 한들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 앞에 닥치는 어떤 상황에도 단단하고 평온한 마음으로 맞설 수 있다면 한번 해볼 만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