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March, 2017

일기장 훔쳐보기

Editor. 김지영

『나빛나 일기장』 나빛나 글·그림
오키로북스

초등학생에게 일기는 숙제다. 정해진 분량 안에서 그날 있던 일을 정리하고 선생님께 정기적으로 검사받아 ‘참 잘했어요’ 도장을 받는 숙제. 이 도장을 30개 이상 받으면 선생님이 학용품을 선물로 주셨던 기억이 난다. 당시엔 귀찮기만 했던 일기가 지금 보니 참 애틋하다.
오키로북스에서 발간한 『나빛나 일기장』은 실제 저자가 1년간 쓴 그림일기를 편집한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 자신의 일상을 꾸밈없이 담았다.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과 어느 날은 달곰한 하루를 보내고 어느 날은 씁쓸한 하루를 보낸다. 야근이 잦은 회사에서 억척같이 일을 해서 피로하고, 앞으로 자신의 미래를 계획하고 하나씩 이뤄나가 보람차 한다. 그녀의 일상은 평범한 20대와 다르지 않다. 그녀는 내 지인과 나와 너무도 닮았다. 그래서 이 일기장은 훔쳐볼 맛이 난달까.
저자의 진솔함뿐 아니라 편집자의 재치도 묘미다. 편집자는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에 자신의 목소리를 덧붙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편집자의 개인적인 소견 혹은 뒷이야기 등 ‘붙임말’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편집자의 재치는 다른 곳에서도 발견 된다. 책은 일기장 속 틀린 문장을 깨끗이 수정한다거나 예쁘게 쓰지 않은 글자를 다시 작성하는 작업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일기장 초반의 예쁘고 바른 글씨는 뒤로 갈수록 못생겨지거나 낙서 흔적이 남아 일기장이 지저분하기도 하다. 그러나 일기장을 깨끗하고 예쁘게 수정하지 않아 서툰, 그 나름대로 진실해 보인다.
나는 초등학교 일기장을 발견한 후 핸드폰 메모장에 짧은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별 내용은 없다.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누구를 만나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정도? 내 일기장에도 저자의 일기장처럼 센스 있는 편집자가 붙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