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ic : 이달의 화제

인간과 환경

에디터 : 박중현 김지영 김선주

고백하건대 지구를 지키거나 환경을 보호하는 데 나서는 건 유난스러운 지식인이나 환경운동가의 몫이라고 생각한 적 있다. 분명히 의식하진 않았지만 무의식적으로 선을 긋거나 스스로 행동의 당위나 책임을 묻는 순간에서 고개를 돌리듯 외면한 적 있는 것 같다. 의식 있는 누군가에게 ‘이야, 환경운동가 납시었네’라고 조금이라도 비아냥댄 적 없으면 다행일까. ‘그런 건 그런 사람들이나 하지 내가 무슨 환경운동가도 아닌데 뭘’ 하고 합리화하지 않았으면 다행일까. 이제서야 조마조마해진 이유는 다음과 같다. 환경은 환경운동가만 쓰는 게 아니고, 내가 지구가 아닌 어디 화성에라도 살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환경, 환경 지겹도록 들어온 이 문제에 우리는 사실 정말로 어땠어야 했고, 앞으로 어때야 할까. 실은 스스로 만들어 낸 이 환경오염과의 전쟁에서,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1—환경 문제를 대하는 ‘진짜’ 태도
역시 인간은 다 죽어야 할까
형태를 막론하고 환경 문제를 다뤘을 때 결국 압도적 지지를 받는 전통의 여론이 있다. “역시 인간은 다 죽어야 해….” 물론 진짜 다 죽자는 소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냥 장난삼을 수만도 없다. 왜냐하면 환경과 관련한 거의 모든 재앙은 결국 인간의 이기심과 기술 오용이 낳으며, 그럼에도 이를 제지하거나 개선할 가능성은 ‘인간’이라는 종의 성향을 무게추로 반대편에 달아 저울질해봤을 때 도통 확신이 안 서기 때문이다. 콘텐츠적으로도 문학이나 영화, 애니메이션, 예술 등 각종 창작물에서 그려내는 디스토피아에 극심한 환경오염으로 황폐해진 미래가 빈번히 설정된다는 점은 가히 인류라는 종과 환경 문제에 대해 모종의 확신마저 들게 한다. 게다가 이러한 서사물에서 환경 문제를 타개하고 지구를 ‘구원’할 방법으로 어떤 식으로든 ‘인류 청소’가 시도되는 상황 역시 친숙하다. 그런데 여기에는 실은 괴상한 타자화가 숨어 있다. 문제를 인간 개인이 아닌 ‘인류’ 단위로 소급해 생각해보면 선명하다. 처음 언급했던 “그냥 인간이 사라져주는 게 답이다”로 귀결되는 주로 온라인상의 여론 역시 인간이 썼고, 인간이 호응한다. 인류 스스로가 문제를 인지하면서도 그 문제를 개선하지 않은 미래를 (그 반대의 경우보다) 당연히 그린다. 마치 남 얘기처럼. 사실 환경오염은 굉장히 희한한 개념일 수 있다. 외계인이 있다면 인류를 보며 다음과 같이 혀를 차거나 신기해 할지 모른다. “이야, 인간이라는 생명체는 스스로 자기 환경을 망치는 습성이 있군!”  

2—눈앞에 닥친 환경 위기
숨 쉬는 공포, 미세먼지
최근 한반도는 유례없는 환경재난을 맞닥뜨렸다. 서울 도심에서 빌딩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뒤덮으면서, 시장에서는 마스크와 공기청정기 열풍이 뜨겁게 불고 대중 사이에 ‘삼한사미(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라는 ‘웃픈’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2018년 상반기 검색어 1위에 미세먼지가 오르고, 미세먼지 상태가 ‘나쁨’인지 ‘매우 나쁨’인지 체크하는 것도 이제 당연한 일이 됐다. 지난 3월에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7일 연속 시행될 정도였으니 그 심각성은 굳이 말할 것도 없다. 한국 초미세먼지 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 중 터키 다음으로 가장 높다. 그러나 여전히 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게 실상인데, 황사와 미세먼지를 혼동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황사는 3~5월 봄철에 중국 서북부와 몽골 사막 지역 등에서 자연적인 조건, 즉 강한 바람에 휩쓸려 내려오는 미세한 흙먼지를 이르는 것으로 주로 토양에 있는 칼륨, 철분 등의 입자로 구성되어 있다. 『삼국사기』에 황사를 뜻하는 ‘우토(雨土)’에 대한 기록이 있을 만큼 그 역사도 오래됐다. 반면, 미세먼지는 산업시설이나 자동차 배기가스 등 사람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중금속과 같은 유해화학물질을 포함한다. 특히 크롬, 철, 알루미늄, 납 등으로 이루어진 미세먼지 입자는 기계를 마모시킬 만큼 강도가 높아 인체에도 강한 손상을 일으킨다. 물론 황사가 대기오염 지역을 거쳐올 경우에는 미세먼지와 같은 유해성을 지니며, 토양에서 기원한 만큼 미생물이 유입될 우려도 있어 해로운 것은 마찬가지다.
미세먼지 입자의 지름은 10㎛ 이하, 초미세먼지는 2.5㎛ 이하로 규정하는데, 이들은 입자가 작은 만큼 폐포와 뇌 신경에까지 침투할 수 있어 호흡기 질환을 포함한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천식과 심혈관질환, 결막염이나 피부 가려움, 발진 등의 증세 유발은 물론, 특히 초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인지기능과 기억력 감소를 불러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OECD는 40년 후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사망율 1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은 바 있다. 미세먼지는 일단 몸으로 들어오면 제거되지 않고 축적되기 때문에 노출을 막는 것이 최선이며, 발생원에 대한 엄격한 규제와 감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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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todd quackenbush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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