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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은 어디 가야 보여요?

에디터 전지윤
자료제공 토토북

비행기에 앉아 물끄러미 모니터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푹 쉰다. 그러다 갑자기 날아든 엉뚱한 질문, “엄마, 엄마, 이 선은 어디 가야 보여요?” 도대체 무슨 선인가 했는데 허공에 손을 가로, 세로로 긋는 시늉을 하다 지도 위 선들을 가리킨다. “아, 저건 진짜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선이 아니야.” 그 순간, 이렇게 궁금해할 때 최대한 머릿속에 지식을 넣어주고 싶다는 엄마의 전형적인 욕심이 솟아났다. “지구의 가운데를 가로로 지나는 곳을 선으로 나타낸 것이 바로 ‘적도’야. 적도는 태양에서 출발한 빛이 직각으로 닿는 곳이라…” 하자 “늘 덥지!” 하고 끼어든다. 흡족한 마음에 이제 드디어 ‘위도’와 ‘경도’를 설명하려는 찰나, 아뿔싸, 이미 시선은 모니터로 다시 향했다.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잘 가르쳐 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에는 이미 불이 붙었지만, 밀당의 힘 조절에 실패한다면 흥미를 북돋는 것은 고사하고 더 궁금해하지도 않을 수도 있으니 작전상 후퇴를 택했다. 자연스럽게 흥미가 일고 스스로 탐구하고 학습하는 것이 최선
의 방법인 것을 모르는 이가 있겠냐마는, 기다리기만 하기엔 엄마는 마음이 조급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뭔가 확실한 방법이 없을까?

꼭 원하는 책을 찾았을 때
나도 1년 365일 매일같이 상냥하게 이성과 상식을 갖춘 고상한 인간이자 엄마이고 싶다. 내가 낳았지만 이 어린이를 자율적인 의지와 의사를 가진 인격체로 인정하여 내재적 학습 동기를 유발하고 자기주도 학습을 유도하는 데에 있어서 그 어느 순간에도 강제하거나 잔소리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절절한 목소리로 가슴을 저리게 만들었던 어느 노래처럼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어느새 다른 생각을 하며 계획을 세운다. 모름지기 삼라만상은 양면성을 가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너무 티 내거나 달달 볶지 않고 살짝 바람만 일게 해서 학습동기와 호기심이란 불씨를 살릴 방법을 강구해 보기로 한다. 그렇게 시간이 날 때마다 도서관과 서점을 들락거리며 수많은 책들을 꼼꼼히 살펴보던 중, 『손으로 그려봐야 우리 땅을 잘 알지』를 찾아냈고 ‘아, 이 책은 엄마가 만든 게 틀림없어!’ 하고 환호를 외치며 바둑에서 승기를 잡은 양 당당한 미소를 지었다. 꼭 원하는 책을 찾았을 때 우리는 소리 없이(도서관이나 서점에서는 그게 예의다.) “이이이-하아-!”하고 환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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