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이야기가 주는 재미를 찾아서,
소설가 곽재식

에디터: 김선주
사진: 신형덕

『당신과 꼭 결혼하고 싶습니다』 『최후의 마지막 결말의 끝』 등 이야기 본연의 재미를 보여주던 한국 SF소설계의 대표주자 곽재식 작가가 데뷔작 「토끼의 아리아」를 포함한 9개의 단편을 모은 소설집으로 돌아왔다. 꾸준함을 잃지 않는 그의 소설은 풍자와 위트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이야기가 가진 재미를 한껏 담아낸다. 소설을 좋아하고 재미를 추구하는 그와의 대화에서 화학자가 아닌 이야기꾼의 면모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SF를 낯설게 느끼는 사람이라도 한두 장 읽어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을 넘기기 아쉬워질 소설집 『토끼의 아리아』와 소설 쓰는 화학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소설 쓰는 화학자’라는 남다른 타이틀을 갖고 계신데요, 어떻게 소설을 쓰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긴 한데, 처음 본격적으로 작가를 할까 생각하던 시기에는 이런 생각을 했어요. ‘나도 작가로서 잘하려면 좋다는 글도 읽고 더 성장해야지.’ 그래서 상을 받았거나 뛰어나다는 소설을 읽어봤어요. 그런데 다 너무 우울하고 슬프더라고요. 하필 읽는 것마다 공교롭게도 전부 다 주인공이 죽으면서 끝나거나, 암울하게 끝났어요. 그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느낌이었죠. 저는 ‘이런 소설 판에서 새로운 걸 보여주고 싶다’ ‘밝고 즐겁고 가능하면 행복한 결말을 그리자, 그러면서도 사회 비판적인 인식은 충분히 살아있는 그런 소설을 써보자’라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그런 걸 보고 싶기도 했어요. 남도 보고 나도 볼 소설을 쓰고자 했달까요. 지금도 어느 정도는 그런 생각이 이어지고 있고, 그렇게 써오다 보니 화학자이자 소설가가 된 것 같아요.

첫 책이 나왔을 때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요?
주변에선 별로 반응이 없었어요. 책이 나와도 잘 안 팔리잖아요. 다들 시큰둥했죠. 2006년도에 잡지나 공동단편집에 한 편씩 실리다가 실제로 제 작품을 모아서 첫 책이 나온 건 2013년도거든요. 7년이나 지나다 보니 다들 ‘이쯤 되면 책이 나오는 게 당연하려니’ 생각했던 것 같아요. 2006년도에 「토끼의 아리아」가 드라마화되면서 처음 판권을 팔았는데, 그게 소설로 처음 돈을 받아본 거였어요. 그제서야 주변에서 그나마 놀랐던 것 같아요. 제게도 본격적으로 작가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첫 책에 대해선 저도 딱히 감흥이 없었어요. 오히려 망하진 않을까 걱정했죠. 제 첫 책을 내준 출판사 대표님도 당시 처음 출판사를 차린 거였어요. 한국의 장르소설을 모아 단편집 시리즈를 내보자는 야심 찬 기획 아래 맨 처음 저를 섭외해서 책을 내보자고 하신 거였죠. 하기로는 했지만 ‘대표님이 용감하다’는 생각과 함께, ‘돈이 안 될 텐데’ 하는 걱정이 들었어요. 기쁘거나 신나기보다는 ‘출판사의 첫 책인데 폐가 되면 어쩌지’ 했죠.

환상문학 웹진 ‘거울’에서 꾸준히 소설을 쓰고 계시고, 블로그에도 영화, 공연, 책 등 다양한 글을 쓰며 칼럼도 연재하신다고 들었어요. 직장생활과 병행하기 힘들지 않나요?
저는 글 쓰는 것 외에 딱히 다른 취미가 없기 때문에 크게 힘들지는 않아요. 아무래도 직장을 다니다 보니 소설 쓰는 데 정해진 흐름이 있어요. 일하는 시간 외에 틈틈이 쓰는 거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출근 전에 쓰거나 점심시간에 쓰기도 하고, 때로는 일 끝나고 밤에 쓰곤 해요. 단편 마지막 부분에 어디에서 썼는지 장소를 썼는데, 그걸 보면 글을 쓸 당시의 상황이 떠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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