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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19

의사 엄마의 아토피 수업

Editor. 전지윤

궁금한 것, 모르는 것은 알아야 직성이 풀린다면? 책을 읽어요.
자녀 양육에 있어 모르는 것투성이고, 부족한 나 자신도 항상 궁금한 게 많으니 책 읽기를 멈출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

『의사 엄마의 아토피 수업』
민아림 글/유진수 그림
베가북스

저는 의사이기 이전에 한때 어릴 적부터 아토피로 지독히 고생한 여학생이었고, 결혼을 한 후에는 아토피로 힘들어했던 세 아이의 현재진행형 엄마입니다.
저자를 소개하는 첫 줄만으로 서점에서 혼자 울뻔했다. 알아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날이 추우면 피부 알레르기로, 유학 시절에는 스트레스인지 영양 불균형인지 귀와 목 뒤에 습진과 같은 게 생겨 고생스러웠다. 출산 후에는 햇빛을 쐬면 온몸에 발진처럼 올라와 견딜 수 없이 가려웠다. 그러나 천식과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를 보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회사에 다니면서도 잠옷, 침대 매트리스 커버, 베개, 이불 커버를 매일 아침 세탁했고 가려움증이 심할 땐 밤새 긁지 않게 손을 잡고, 크림을 발라주고, 덥지 않게 입으로 부채로 솔솔 바람을 불어주는 것 이상으로 내가 대신 괴롭기를 바랐으니 말이다.
이 책은 가정에서 엄마가 걱정에 눈물지으며 인터넷에 판치는 각종 정보와 치료법에 현혹되지 않도록 아토피 피부염의 증상과 진단, 치료와 관리에 대해 친절히 설명한 책이다. 독자는 따뜻한 커피나 차 한 잔을 놓고 의사 선생님과 마주 앉아 아토피에 관해 이야기 나눌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간혹 어렵거나 정리가 필요할 때에 등장하는 ‘닥터단감’은 좀 더 많이, 자세히 알고 싶은 부모의 긴장감을 덜어주려 등장한 웃음 카드인 것 같지만 대단한 존재감을 뽐낸다. ‘닥터단감’은 실제 의사이자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유진수)가 동료 의사인 저자(민아림)와의 협업을 통해 입증되지 않은 치료법이 난무하고 치료가 어려운 아토피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명확한 출처를 토대로 의학적으로 입증된 내용을 담았다.
아토피 피부염은 알레르기 질환의 하나로, 유전적 성향이 강한 질환이면서 환경적 요인에 의해 쉽게 발병하고 재발할 수 있어 지속적인 예방과 관리가 중요하다. 아토피 피부염은 진단 기준조차 명확히 정해진 것이 없고, 완치도 어려운 질병이다. 아토피 피부염 진단을 위한 검사 방법 중 식사일기는 꼭 쓰라고 권하고 싶다. 석 달 이상 꾸준히 자녀의 식사 내용과 식습관 및 그에 따른 피부 상태를 기록하는 것이다. 신생아 때부터 수유량, 이유식 내용 등을 자세히 기록하면 아이의 성장 발달도 확인할 수 있는데, 천식과 아토피가 차례대로 발병한 후에는 소아과에서 분석 자료로 활용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
식사와 음식 알레르기가 아토피 진단에 중요한 자료가 되는 것을 고려할 때 음식조절을 저자가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돌 이전에 발병하는 경우 수유와 이유식에 대한 정확한 지식으로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더욱 더 그렇다. 저자는 수유 방법, 모유와 분유, 이유식, 임산부와 수유모에게 좋은 음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보를 준다. 음식은 아토피를 유발하는 가장 흔하고 주요한 원인이라 할 수 있고, 이를 조절해서 어느 정도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면 다음은 실제 치료와 약제 사용에 대한 주의사항을 다룬다. 아토피 증상 완화와 치료에 있어 스테로이드는 마치 마법 특효약처럼 여겨지지만, 항생제처럼 오남용과 부작용의 문제가 있으므로 그에 대한 진실과 오해부터 올바른 사용법에 이르기까지 자세하게 안내한다. 가려움증에 대처하고 완화와 치료 문제에 있어 의사의 설명과 조언으로 이전과는 다른 관점과 지식을 가지게 된다. 또한 아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며,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자신감마저 생긴다.
책의 후반부는 치료보다 중요한 관리의 문제에 할애한다. 아토피는 이미 지적했듯 지속적인 관리를 요구하고 언제든 재발 가능한 완치가 어려운 질병이기 때문이다. 아이의 위생, 심리적 안정감, 청결한 환경 등 총체적 관리 없이는 치료의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없다. 보습의 중요성 외에 공기나 집안 환경 외에 잠자리 환경도 중요하다. 나는 아이의 천식이 혹시 이불의 먼지 때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매일 세탁을 하는 수고를 불사했는데, 천식도 그렇지만 아토피와 가려움증이 완화되는 것을 경험했다. 아이의 생활 전반에 건강한 변화를 일구며 아토피의 완화와 치료가 가능하다고 의사이자 엄마로서 차분히 알려준 저자에게 감사하며, 우리 모자처럼 아토피와 씨름하고 있는 모든 엄마와 아이를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