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위로를 건네는 묘한 이야기,
소설가 정보라

에디터: 박소정
사진: 신형덕

빛나는 눈과 복슬복슬한 털이 마치 살아있는 것 같은 저주 토끼, 겉만 봐서는 도통 속을 알 수 없어 소설집의 마스코트 같기도 하다. 소설집 『저주 토끼』는 어여쁜 저주와 복수, 어쩌면 당신을 위한 슬프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출구 없는 환상의 세계로 이끌 것이다. 현실인지 꿈인지 모를 쓸쓸한 세상에 소설가 정보라가 건네는 위로의 방식을 살펴보았다.

소설집에 총 열 개의 단편이 있는데 이를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테마가 있나요?
테마를 갖고 쓴 건 아닌데 트위터에서 몇몇 독자분들이 테마를 ‘저주’라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제 의도는 아니지만 왠지 저주가 테마인 것 같기도 하네요.(웃음) 표제작 같은 경우 재작년에 환상문학웹진 ‘거울’에서 여름에 납량특집으로 쓰게 됐어요. 그때 작가들이 12지신 중 하나를 골라 글을 쓰게 됐는데 제가 뒤늦게 참여해서 남아있는 토끼에 대해 쓰게 됐죠. 참고로 그때 제일 먼저 나간 주제가 닭이고 그다음에 용이나 호랑이같이 멋있는 동물이 나갔다고 들었어요.

표제작을 비롯해 「머리」 「몸하다」 등 섬뜩한 이야기가 많은데요, 이런 이야기의 모티프는 어디서 얻는지 궁금해요.
「머리」 「몸하다」 모두 지난 세기에 쓴 소설로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소설이에요.(웃음) 「머리」는 제가 대학에 다닐 때 ‘연세문화상’이라는 공모전에 참가하게 되면서 처음 쓴 단편인데, 개인적으로 화장실이란 공간에 흥미를 느껴 이걸 소재로 쓰게 됐죠. 다 쓰고 처음으로 동생한테 보여줬더니 “재미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다 엎고 최대한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인물을 그리려고 노력했어요. 왜 보통 화장실에서 뭔가 튀어나오면 깜짝 놀라는 게 정상적인 반응이잖아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 동요하지 않고, 누구도 하지 않을 법한 행동을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썼어요. 이걸 동생한테 보여줬더니 반응이 꽤 좋아서 공모전에 냈는데 다행히 수상하면서 교내 신문에 실리게 됐죠.

공포스러운 부분을 쓰실 때 실제로 무서움을 느끼지는 않는 편인가요?
공포스럽거나 잔인한 장면을 쓸 때 전혀 무서움을 느끼지 않는 편이에요. 보통사람이라면 하지 않을 법한, 그러니까 반전의 행동을 떠올리는 것에 골몰해서 그런 것 같아요. 재미를 떠나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려면 비정상적인 것도 정상처럼 보이도록 독자를 설득해야 하잖아요. 어떻게 보면 독자를 속여서 믿게 만드는 게 텍스트의 힘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글을 통해 이런 점을 최대한 실험해보고 싶었어요. 저는 소설을 쓰고나서 만족스러웠는데 막상 주위에서 무섭다는 반응을 보여서 좀 의외였어요.

무서움을 잘 안 타시면 평소에 공포소설이나 영화를 즐겨 보실 것 같아요.
네,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에요. 대표적으로 < 링> 시리즈 같은 경우는 한국, 일본, 미국 시리즈 다 보고 소설로도 다 봤고요.(웃음) 개인적으로 스티븐 킹의 소설이나 일본 추리 소설 중에 무서운 이야기를 즐겨 읽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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